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측근비리 의혹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천헌금부터 불법정치자금, 금품요구까지 까도까도 끝이 없는 양파같은 모양새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파문으로 이미 한차례 수세에 몰린 바 있다.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이었던 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연결고리로 야당은 물론 당내 비박계 대선주자들로부터 후보사퇴 압박까지 받았다.

검찰이 공천헌금의 최종 종착지로 지목받았던 현 전 의원에 대해 무혐의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새누리당은 한숨 돌렸지만 지난 17일 홍사덕 전 의원의 검찰고발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 핵심 중에서도 핵심으로 손꼽히는 인사로 진위여부를 떠나 불법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 만으로도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자 홍 전 의원은 "큰 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하루만에 자진탈당했지만 바로 다음날인 19일 친박계인 송영선 전 의원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측근비리 의혹이 하나씩 수습국면에 접어들 때마다 또 다른 의혹이 고개를 내미는 양상이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잇따른 측근비리 의혹까지 악재만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로도 일정부분 증명된 듯 보인다. 홍 전 의원이 검찰에 고발된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44.0%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7.1%)에 3.1%포인트 뒤졌다.

오차범위(±2.5%포인트)내 결과지만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문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한 것은 지난 7월 양자대결을 조사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특히 송 전 의원의 의혹이 불거진 이날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날이다. '세인트찰스'라는 별명이 의미하듯 도덕성이 최대 무기인 안 원장과 여러모로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쇄신 행보도 차질을 빚게 됐다. 새누리당은 현 의원의 공천헌금 파문 이후 정치쇄신특별위원회를 가동해 공천비리자의 징역형 처벌 및 공직진출 제한, 특별감찰관제를 통한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비리 감시 등의 고강도 정치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빛이 바랬다.

이명박 대통령의 잇따른 측근비리에 "당연히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던 박 후보도 본인 주변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날 박 후보가 경남 사천 태풍피해 현장 방문에 앞서 정치쇄신특위 회의에 참석해 "큰 책임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더욱 존경받고 신뢰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부정 부패를 근절하는 제도가 이번에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잇따른 측근비리에 대한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박 후보측은 신속한 대응으로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윤리위원회는 이날 송 전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당일날 제명까지 결정한 것이다.

앞서 현 의원에 대한 윤리위 차원의 제명결정이 선관위 고발 이후 나흘만에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대응속도가 곱절 이상 빨라진 셈이다.

중앙당 산하에는 정치부패신고센터라는 별도기구도 설치키로 했다. 박 후보의 이름을 팔거나 측근임을 사칭해 부패에 연루된 인사를 발본색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앞으로도 측근비리 의혹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서 송 전 의원은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A 의원에게 2억~3억원만 갖다줬어도 (대구에서) 공천을 받았을 텐데 돈을 안 줘서 남양주갑 공천을 받았다"고 말해 공천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는 관행이 있음을 시사했다.

A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불리는 현직의원으로 지난 4·11 총선에서도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박 후보는 치유불가한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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