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옮기기, 광주 지도, 베이루트 등관람객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 '주목'

2012광주비에날레 5전시관 옆 구 사무동에 전시되고 있는 앨런 캐프로의 '밀고 당기기: 한스 호프만을 위한 가구 코미디'.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2012광주비엔날레 '라운드테이블' 전시 기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참여와 행위로 이뤄지는 과정중심의 작업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것으로, 지금도 작품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장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5전시관 옆 구 사무동에 전시되고 있는 앨런 캐프로의 '밀고 당기기: 한스 호프만을 위한 가구 코미디'다.

전시 공간에 있는 의자, 쇼파, 괘종시계, 책장, 옷걸이, 연단, 게시판, 바구니, 컵 등 가구를 비롯한 여러 소품들은 (재)광주비엔날레 사무 공간에 있던 것들이거나 감독들이 가져다 놓은 것이다.

전시된 첫 날부터 가구와 소품은 관람객들의 참여와 행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러 의자들은 포개지고 쌓여졌고, 그 높이는 전시 장소의 천장까지 닿아 있기도 했다. 또 상당히 높은 곳까지 다른 의자들이 쌓여졌는데, 그 의자 위에는 컵쌓기까지 돼 있다.

책상 위에 노끈이 이용돼 비스듬히 세워진 의자는 그 자체로 기존의 책상과 의자의 관념을 해체하고, 또다른 설치물로 탄생했다. 책상의 서랍은 각각 다른 깊이로 열려져 리듬감 있는 오브제로 탈바꿈하기도 했고, 게시판 위에 청색 테이브로 붙여진 컵들은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매일 사물들이 변화할 것'이라는 캐프로의 선언처럼, 공간·사물·사람을 지배하는 일상적 삶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인식은 매일 새롭게 뒤바뀌고 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전시관 2갤러리 바닥에는 '광주지도' 2개가 그려져 있고, 한 쪽 지도에는 '돌'들이 놓여져 있다. 작가 틴틴 울리아의 '우리가 꽃을 기록하지 않는다, 광주'라는 작품이다. '당신이 이 곳에 오기 전 있었던 곳에서 앞으로 갈 곳까지, 징검다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표현해주세요' 라는 작가의 '주문'도 있다.

이 작품은 지도에 기반한 과정중심적인 작업으로, 한 쪽 지도에 놓여져 있는 돌로 또 다른 지도에 표현하는 방식이다. 비엔날레 전시에 앞서 틴틴 울리아는 광주 대인시장에서 두 차례 지도 퍼포먼스를 진행, 작가가 시장에서 구매한 여러 가지 농산물 등으로 시민들에게 광주의 머리, 심장 등을 표시하도록 했었다.

비엔날레 전시관 한 쪽 지도에는 대인시장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영상이 비춰지고, 다시 그 위에 전시관 관람객들의 작업이 덧입혀진다.

어떤 이들은 지도 밖으로 돌들을 놓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한 곳에 여러 개의 돌들을 쌓기도 했다.

5전시관에서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베이루트라는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요아나 하지토마스&칼릴 요레이의 '착락원' 이라는 작품으로, 모두 3천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베이루트의 항공사진이다. 이 조각조각의 사진들을 관람객들은 떼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했고, 또는 가져가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베이루트의 조각조각을 해체시키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하는 작업들은 그 뒤편 '착락원의 역사'라는 영상을 통해 기록되고 보여지고 있다.

비엔날레 개막 때부터 이런 작업이 계속돼 현재 대부분의 사진이 사라지고 거울이 드러났다. 거울을 통해 관람객은 바뀌어버린 베이루트, 그리고 자신, 거울에 비치는 작품 주변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문의=062-608-4222)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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