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양기
<전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관·농학박사>
예전에는 4월을 식목의 계절이라고 했으나 이젠 3월이 나무 심기에 가장 알맞은 식목의 계절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어서 인지는 몰라도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지난 80년 동안 4월 5일 식목일의 평균온도가 3℃나 상승했다고 한다. 우리지역의 기상 역시 3월 평균이 60년 중반에 5.9℃ 이던 것이 2000년 중반에는 7.2℃로 1.3℃가 상승했다. 결국은 3월이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게 되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고흥군이 가장 빨리 이미 지난 2월 20일 3천여 그루의 황칠, 구실잣밤, 가시나무를 심는 것을 시작으로, 신안군이 2월 28일 6.5㏊에 먼나무와 애기동백 2천500여 그루 나무심기를 마쳤다.
산림청에도 2월 하순~4월 하순까지 858억원을 들여 전국 2만㏊ 면적에 나무심기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국가적 행사에 맞추어 많은 나무들을 심는데 너나할 것 없이 한 두그루 정도의 나무를 심자.
그런 가운데도 산림수 보다는 맛있는 과실을 수확하고자 유실수를 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힘들게 가꾸어 3~4년이 흐른 후 정작 과일을 수확해야 할 시기에 열매는 수확을 하지 못하고 나무만 키우다가 결국 나무를 베어내는 경우가 10% 이상은 되리라는 생각이 된다.
이에 유실수 나무를 심을 때 꼭 알아야 할 상식적인 정보 몇가지 제언을 함으로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혜를 제공하고자 한다.
유실수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여러 가지 많겠지만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우선, 내가 바라는 품종의 우량 묘목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과일나무의 번식은 꺾꽂이, 접목, 포기나누기 등의 방법이 있으며 종자파종을 한 번식(대목이용은 제외)은 없다. 이유인즉 과일나무는 종자파종을 하여 심었을 때 99.99%가 어미보다 더 나쁜 형질의 나무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많이 재배하고 있는 단감이나 대봉의 경우 종자를 파종하여 심으면 역시 99.99%가 산감 같은 떫은감이 나온다.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있는 석류의 경우도 주로 꽃만 피는 꽃석류로 많이 퇴화가 된다.
따라서 묘목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우량품종의 어미나무에서 가지를 잘라 접목을 하고, 꺾꽂이를 했는가를 확인하고 불투명한 경우는 구입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채소나 화초와 달리 과일나무는 열매를 확인하는데만 3~4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확인 후는 피해가 너무 크다.
두번째는 접목묘의 경우 대목이 나무의 생장 및 과실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대목 확인이다. 특히 우리가 가장 많이 심고 있는 매실이나 단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매실의 경우는 구하기 쉬운 복숭아종자 대목을 사용했을 경우 나무가 복숭아의 큰 나무 특성을 받아 대단히 큰 나무로 자라기 쉽다. 그렇게 되면 수확작업 등 관리의 어려움과 나쁜 품질의 과실이 생산되기 쉽다. 또 단감이나 대봉의 경우도 종자채취가 쉬운 산의 고욤대목을 사용했을 경우 5~6년 정도 잘 자라다가 접목 친화력이 약해 접목부위가 썩어 죽는 경우가 70~80%를 차지한다.
따라서 반드시 단감은 우리가 재배하고 있는 굵은 감에서 채취한 종자를 사용한 대목을 사용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하는 방법이 있으나 기술을 생략하고 주인에게 반드시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석류재배 기술의 고수’라는 별칭으로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하는 ‘제1회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되는 등 석류재배 연구와 기술 지도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피해사례 상담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기술했다. 이상의 두가지 사항만이라도 머릿속에 염두 해두고 유실수를 선택한다면 매년 많은 농가가 뒤늦은 사후약방문식으로 상담해 오는 큰 피해는 발생되지 않으리라는 바람으로 제언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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