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미<광주광역시 광산구 건강증진과장>

새 학기가 시작됐다. 대학가의 3월은 신입생 환영회와 동아리 MT 등으로 젊음의 향기가 물씬 넘쳐나는 시기이다. 다만, 음주로 인한 사고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는 선배들의 강권에 못이긴 새내기들의 음주 사망 사건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사회의 음주문제를 생각해 본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은 대학 캠퍼스를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있고, 경찰은 주취폭력 척결을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시 무거운 징계를 내려 공직기강을 다스리고 있고, 몇몇 대기업에서는 사내 음주문화의 개선을 위해 절주캠페인을 벌이고 음주에 관한 사내규정을 만들어 내부인사에까지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자발적 노력과 그에 따른 법적 규제의 등장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여겨질 만큼, 음주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음주행태는 사회적으로 많은 손실과 해를 입혔다. 이제 그 부작용을 무시하고 지나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간 우리사회에는 ‘정(情)’이라는 미명 아래 술을 강권하는 문화가 팽배했다. 직장인들의 음주는 폭탄주로 시작해 원샷, 폭음, 잔 돌리기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는 안 마십니다’라는 말을 꺼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강압적인 술 권유가 관대한 술 문화로 포장되어 왔던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6명 중 1명은 한번에 소주 7잔 이상을 마시고 주 2~3회 술자리를 갖는 ‘고위험 음주대상자’라고 한다. OECD 국가 중 고위험 음주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블랙아웃 코리아’ 라는 블로그까지 운영하는 마당이다.
음주문화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책들이 이제라도 나오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든다. 특히 대기업의 자발적인 음주문화 개선 노력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사회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광주 면적의 44.5%를 차지하는 자치구로서, 광산구 내 산업단지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외자기업들이 다양하게 입주해 광주의 경제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먼저 우리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건전한 직장 내 음주문화를 조성하고 인식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절실하다.
건전한 의사소통의 통로를 개설해 생산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매주 ‘금주의 날’을 지정해 회식문화를 개선하면서 기업의 생산성과 안전성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잡기 식 접근법도 필요하다. 비뚤어진 음주문화를 점검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하여 직장 내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추동력을 기업이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조직의 성공과 실패는 그 조직문화와 행동규범이 구성원의 몸과 마음에 얼마나 깊이 배어 있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문화를 바탕으로 조직과 사회는 발전해 나간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음주 문제를 되짚어 보고 개선을 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지역 기업과 조직들도 건전한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시급히 노력해야 한다.
옛 선인들의 주도(酒道)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양을 두고 석 잔 술은 적은 듯하고, 다섯 잔은 마땅하고, 일곱 잔은 지나치다 했다. 급하게 마시고 빨리 취하는 습관을 바로잡고, 취기의 정취를 건전하게 즐기는 음주문화 조성을 위하여 기업이 솔선수범함으로써 우리지역이 알코올 오·남용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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