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전남 고흥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최근 사회의 화두는 4대악 척결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지목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4대악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강조해 왔고, 취임사와 수석비서관회의 및 경찰대 졸업식 축사를 통해서도 역설해 왔다.
이에 경찰은 4대 사회악 근절 추진본부와 성폭력 특별수사대를 발족시켰고 정부는 경찰 2만명을 증원하고 처우개선과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먼저 4대 사회악 근절 추진본부는 4대 범죄의 예방과 수사, 지원 등의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성폭력 특별수사대는 전국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범죄 사건과 학교 및 가정폭력 사건을 전담한다. 또 신상정보 등록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2개월 이상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추적 수사도 맡게 된다. 이쯤 되면 성폭력 예방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다.
그럼 현 정부가 추구하는 법이 사회의 약자를 위한 방패가 되는 안전한 사회는 경찰이 최선을 다한다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 핵심적인 역할이 경찰에게 주어져 있고 국민들 역시 경찰이 좀 더 노력해 사회 곳곳의 탈법과 무질서, 부조리를 척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범죄의 예방에 있어서는 좀 더 세심한 순찰과 대상자별 맞춤형 예방교육, 홍보 및 유해환경 집중단속 등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에 있어서는 어떠한가. 필자는 이 시점에서 경찰이 원활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현행 수사구조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현행 수사구조는 내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이에 검찰의 수많은 지휘를 거치면서 경찰은 신속한 수사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압수, 수색, 검증, 변사체 검시, 신병처리 등 모두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는 국민은 시간적 손해를 감수해야하고 제2, 제3의 범죄가 출현하기도 한다.
만일 경찰이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법원에 바로 청구할 수 있는 구조, 즉 경찰과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는 구조라면 어떻게 될까? 일단 앞서 말한 신속한 수사는 당연히 보장이 될 것이고, 경찰의 수사 후 기소, 불기소 및 유·무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양질의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 검찰조서와 마찬가지로 경찰조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면 검찰에서 이중의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경찰조사에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당하면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고, 검찰조사에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당하면 경찰에서 이를 조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많은 선진국들이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주거나 적어도 1차적 수사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검찰과의 대등적 협력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권력분립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검사가 경찰의 수사지휘도 하고, 직접 수사도 하고, 이들 사건의 기소에 관한 권한도 독점하고 있어 감독과 통제가 되지 않고 상호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
수사에 관하여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논거 중 하나가 경찰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에 대해서 검찰이 경찰보다 전문가일 수는 없다. 법률지식은 제 때 찾아보면 대부분 해결이 된다. 세상 그 어떤 법률가도 수많은 법을 모두 숙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사는 오히려 법률적인 지식보다도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와 상식, 그리고 피의자 추적 기법이 더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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