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형사최고 법원, 미국 여자 유학생에 대한 살인죄 무죄 항소심 뒤집어… 재심 명령

이탈리아의 최고 형사법원이 영국 여성 룸메이트 살인죄로 4년 복역중 1년반 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미국 여자 유학생 어맨더 녹스에 관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26일 재심리를 명했다.

녹스는 석방과 동시에 고향인 미국으로 귀국했으며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고항소 법원은 이날 플로렌스 항소 법원으로 하여금 녹스와 그녀의 당시 이탈리아 애인이 21살의 영국 여학생 메레디스 커셔를 살해한 혐의에 관한 재판을 다시 하도록 명령했다. 석방됐던 녹스와 이탈리아 전 애인의 변호인단은 실망을 감추지 못한 반면 영국의 커셔 가족 변호사들은 원하던 결과라고 말했다.

커셔의 시신은 2007년 녹스와 함께 쓰던 방에서 발견됐다. 두 여성은 모두 교환 학생이었으며 녹스는 25세였다. 커셔는 목이 깊게 베여 있었다. 검찰 측은 녹스와 이탈리아 애인의 마약을 사용한 섹스 게임 도중 이성을 잃고 커셔를 살해한 것으로 보았다.

녹스와 이탈리아 남성 라파엘레 솔레시토는 1심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26년 및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4년 후 2011년 말 항소심에서 이들은 무죄 판결로 석방됐으며 코트디브아르 출신의 한 남자가 진범으로서 16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 검찰은 진범이라고 감옥에 갇힌 사람 혼자서 살인을 할 수 없다면서 지난 해 항소최고 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심 판결이 이날 다시 뒤집어져 항소심으로 파기 환송된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법률로는 녹스를 미국에서 불러와 재심 법정에 서도록 강요할 수 없다. 재심 항소심은 재판에 안 나오는 녹스에게 법정 모독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큰 의미가 없다.

만약 재심 항소 재판에서 녹스가 유죄라고 판결될 경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전날 녹스의 변호사인 카로 델라 베로바는 "만약 법원이 재심을 명하고, 만약 그녀가 재심에서 유죄로 결정되고, 만약 그 판결이 최고법원에서 유지된다면, 그때 이탈리아는 그녀에 대한 범인인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이탈리아의 요구를 들어줄 것인가 여부는 미국 정부에 달려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정부는 녹스를 미국에 머무르게 한 채 어떤 타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녹스는 1심 재판 및 2심 재판 때 모두 뛰어난 미모와 살인 피의자 답지 않은 여유 그리고 혐의 내용의 섹스 요소 때문에 이탈리아 등 유럽 그리고 미국 언론에 줄기차게 오르내렸다.

녹스는 현재 29세로 사건에 관한 책을 내달 중 발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고향 워싱턴 주 대학생인 그녀는 시애틀 시간으로 새벽 2시에 발표된 이탈리아 판결이 나오는 즉시 "고통스러우나 진실이 밝혀지리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긴 성명을 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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