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교통사고문화 사라지려나

車 사고시 '목 부상' 99%가 '엄살환자' 추정
보험개발원 '엄살환자' 가려낼 프로그램 개발

"뒤에서 앞차를 살짝 부딪혔는데 운전자가 목 뒤를 잡으며 무작정 병원에 입원해 황당했어요. 덕분에 사고처리 비용이 많이 들어 보험료 할증이 많이 되겠지요"

최근 자동차 운전중 접촉사고를 낸 박모(41·광주시 남구)씨의 하소연이다.

이모(광주시 북구·42)씨도 지난 1월 북구 동림동 한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택시 뒷범퍼를 받았다.

거의 입맞춤에 가까울 정도로 살짝 부딪혔는데도 택시운전사는 내리자마자 뒷목을 잡고서는 "잘못을 인정하냐"며 인상부터 썼다.

여기서 상황은 멈추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20대 연인 2명도 승차해 있었던 것.

택시기사는 "원만한 처리를 위해 보험처리 하자"고 제안했고 이씨도 수긍했다.

사고가 발생한 1주일 뒤 이씨는 황당한 2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 곳은 공업사, 또 다른 곳은 보험회사였다.

공업사에서는 택시의 뒷범퍼 수리비 60여만원이 소요됐다는 전화였고, 보험회사는 택시 기사와 승객 등 3명 모두 병원 입원처리 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자동차 접촉사고가 발생할 경우 멀쩡한 피해자가 병원부터 찾는 일이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사소한 접촉사고에도 병원에 입원한 뒤 이른바 '나이롱환자'로 수일에서 수십일까지 입원해 보험금을 타 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뒤에서 들이받는' 차대차 추돌사고로 인한 '허위 환자'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8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경미한 부상에도 국내 자동차보험 환자 평균 입원율은 47.9%로 이웃 일본의 5.5%에 비해 8.7배나 높았다.

특히, 차사고로 인한 목상해 치료비 5천625억원 중 추돌사고로 인한 치료비는 2천847억원(51%)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는 일단 뒤에서 차가 받으면 사고 경중을 떠나 '목 잡고 드러눕는' 잘못된 문화가 만연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의 경우 목상해 예측프로그램(WITKit)을 개발해 보험업계가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접수된 사고 중 30%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부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보험사는 연간 270억원의 보험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추돌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 최소화를 위해 목상해 위험도 예측 프로그램의 활용을 강화할 예정이다"며 "도덕적 해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전환도 함께 요구된다"고 말했다./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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