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완 광주도시공사 영락공원사업소 소장

장사문화는 기층문화의 근간을 이루며 가장 늦게 바뀌기 때문에 세계 어디를 가든 그 나라의 문화를 알려면 장례식에 가보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장사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우리 문화를 왜곡해 보여준다. 우리의 현대 장사문화가 이상하다. 변화된 현실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바람직한 상징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무국적 짬뽕문화이다. 그래서 요상하고 기이하다. 이는 우리 장사문화가 국민적 무관심 속에 사회문화적 변화상을 즉흥적, 편의적으로 수용해 왔기 때문이다.
 

무릇 한 시대의 장사문화는 그 시대, 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층 가치를 유지 보전하며 확대 재생산해 사회문화적 변동성을 줄이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 장사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가족주의, 공동체주의를 근간으로 이성적 합리성과 감성적 정서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 장사문화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들을 반영하는 상징적 장치들이 빈약하다.

본래 우리 전통 장사문화는 다양하며 풍부한 문화적 상징으로 가득했다. 고인의 죽음을 못 미더워 하는 초혼(招魂)이 그렇고 고인의 넋을 위무하는 각종 깃발들과 음악이 그렇고 유가족의 슬픔을 위무하는 놀이들이 그랬다.

그런데 지금의 장사는 오로지 고인의 시신을 위생적으로 신속하고 편리하게 처리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여기다 유족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조화(弔花)와 몇몇 편의성, 현대화된 장치들이 더해져 있을 뿐이다. 시신의 위생적, 효율적 처리라는 기능성만을 강조한, 문화적 풍족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저급한 기능의례로 전락했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든, 그리고 현대 세계 어느 문화권이든 장사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화적 의미체계 안에서 진행된다.

별다른 사회적 기능이나 문화적 풍족함이 없다면 고인이나 유가족, 조객들에 대한 서비스라도 뛰어나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할 상조회사는 오로지 국민이 미리 내는 돈(상조부금)에만 정신 팔려 있고, 장사식장은 유가족이 발인(發靷)하여 계산 끝내고 나가는 순간, 그것으로 끝이다.

이들에게 외국의 장묘회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유가족 돌봄이나 슬픔 치유, 유가족 자조모임 후원 등은 금시초문일 뿐이다. 외국 장묘회사들은 자신들이 장사를 치른 고인과 유가족들을 위한 추모제를 연례적으로 하고, 묘원에 잠들어 있는 고인들과 성묘객들을 위해 수시로 추모음악회를 연다.

가물에 콩 나듯 우리 장묘회사들도 이런 문화행사를 하지만 이른바 잘나가는 상조회사, 장사식장일수록 이를 객기(客氣)로 치부한다. 장사꾼으로 쳐도 아주 싸구려 장사꾼들이 판치는 시장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장사비용은 지나치게 고비용 구조로 되어 있다. 장사문화 개선을 위한 사회적, 정책적 노력이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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