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펀드 인기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급격히 위축된 주식형펀드와 달리 롱숏펀드는 올 한해 설정액이 1조원 이상 늘었다.

재테크에 밝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방향성이 모호한 장세의 효과적인 투자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시장 급성장과 함께 영역 확대를 노리는 자산운용사들도 롱숏펀드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 설정액 1조원 돌파…"안정적 수익률로 인기"

롱숏펀드란 말 그대로 '롱숏' 전략을 쓰는 펀드다. 즉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매수하고(Long), 내릴 것으로 보이는 종목의 주식 및 지수선물을 미리 파는(Short) 전략을 활용한다.

기본적으로 채권을 30∼70% 편입하며 시장 방향성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변동성이 심한 박스권 장세에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코스피의 향방이 불분명하거나 지수 수준이 부담스러울 때 투자 대안이 된다.

실제로 연초 이후 국내·해외주식형 펀드에서 10조원 이상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롱숏펀드로는 1조원 이상 자금이 들어왔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공모 롱숏펀드 전체 설정액은 올해 초 1천952억원이었다. 설정액은 7월 1일 기준 7천557억원으로 불었고 지난 15일 1조2천668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1조원 이상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7조7천914억원이 유출됐다.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는 3조8천274억원이 나갔다.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인 롱숏펀드 중 최근 설정된 상품을 제외하고 연초 대비 수익률을 비교 가능한 12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74%로 집계됐다. 12개 상품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하나뿐이었다.

국내 롱숏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자(주식혼합)'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78%였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은 1.74% 하락했고 국내채권형펀드가 1.77% 상승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롱숏펀드의 성과가 드러난다.

조완제 삼성증권 상품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주식형펀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 방향성과의 상관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안정적인 롱숏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위험 요인이 덜하기 때문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트러스톤 독주에 삼성운용 등 추격…타운용사들도 도전장

국내 롱숏펀드 시장의 설정액을 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단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삼성자산운용과 마이다스운용 등이 뒤를 쫓는 형세다.

트러스톤운용이 내놓은 롱숏펀드들의 총 설정액은 8천659억원으로 전체(1조2천670억원)의 68.3%를 차지한다.

삼성운용이 지난 6월 출시한 '삼성알파클럽코리아롱숏'은 출시 약 5개월 만에 설정액 1천억원을 돌파했다.

마이다스운용의 '마이다스거북이90' 설정액도 1천291억원에 이른다.

롱숏펀드가 인기를 얻자 후발주자로 나서는 운용사들도 늘고 있다.

최근 '대신멀티롱숏펀드'를 내놓은 대신자산운용 관계자는 "증시가 부침을 이어가며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롱숏펀드는 투자자를 만족시킬 상품"이라며 "다른 운용사들도 롱숏펀드를 준비하는 상황이라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도 이르면 내년 초 롱숏펀드 상품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몇몇 운용사는 더 나은 수익률과 차별화를 위해 해외 주식 롱숏 전략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일부를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초기 단계지만 향후 해외 주식 롱숏펀드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롱숏펀드는 저금리 시대에 은행예금의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수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대표적인 롱숏펀드들은 꾸준히 절대수익을 쌓아왔다"며 "주식의 경우 매매차익이 비과세이라 세금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략상 어려움 등으로 시장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롱숏펀드가 매력적인 상품이긴 하지만 '롱숏'이 쉬운 전략이 아니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며 "또 주가 상승기에 롱숏펀드는 주식 보유보다는 상대적인 성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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