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이혼을 경험했던 A(여)씨는 평소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자주 찾았다.

A씨는 2009년 채팅을 통해 지방 군청 공무원이자 노총각인 B씨를 알게 됐다.

서로 호감을 갖게 된 이들은 결혼을 전제로 동거에 들어갔다.

서울에 살던 이씨가 전셋집을 정리했다. 이어 B씨가 근무하던 군청 인근 아파트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A씨는 동거 직후 B씨가 지고 있던 부채를 갚기 위해 B씨 계좌에 2천500만원을 송금했다. 별도로 아파트 및 차량 구입 비용으로 1천300만원 가량도 건넸다.

2년 가까이 지속됐던 이들의 동거생활은 그러나 파국을 맞았다.

B씨와의 관계가 틀어지자 A씨는 인터넷 블로그에 '배우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관계청산을 시도했다.

A씨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B씨에게 송금한 돈을 돌려달라며 대여금 청구 소송도 냈다.

A씨는 "B씨에게 송금한 돈 3천800여만원은 빌려준 것이므로 다시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A씨가 동거생활을 위해 부담하거나 증여한 것이지 빌린 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1심은 같이 살기 위한 아파트 구입과 A씨가 주로 타고다닌 차량 구입에 사용한 1천300만원은 갚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B씨의 채무를 갚기 위해 준 2천500만원은 증여가 아닌 대여인 만큼 "B씨는 A씨에게 2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2천500만원마저 갚을 필요가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둘 사이에 해당 금액의 반환을 약속하는 등 명시적인 약정이 없었고, A씨가 차용증 등을 요구하지도 않은 점, B씨가 동거 직후부터 A씨에게 매달 100만원 이상의 봉급을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한 점, A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시점이 관계 청산을 시도할 때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A씨가 B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항소심 결론을 받아들여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2천500만원을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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