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중 향후치료비 비중 40% 육박

금감원 "블랙컨슈머는 민원 평가서 제외"

금융당국이 올해 강력히 보험 민원 감축을 밀어붙인 여파로 보험업계의 보험금 누수가 5천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민원 평가가 무서워 보험금을 과다 지급해서는 안되며,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는 민원 평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민원 감축 지침이 일선의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해 내년에 보험 민원을 놓고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업계는 금융감독원의 민원 감축 강행으로 악성 민원인에게 '보험금 퍼주기'가 만연하면서 2013회계연도에만 5천여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이 불필요하게 나간 것으로 추산했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블랙컨슈머를 민원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했지만 그 기준을 명확히 세울 수 없어 방치될 수 밖에 없다"면서 "민원이 줄어든 보험사도 많지만 이는 무리하게 민원을 막기 위해 보험금을 퍼준 데 따른 것으로 업계 전체로 연간 5천억원 이상의 보험금이 누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3월 취임 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보험 민원의 대대적인 감축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8월 보험 민원감축 표준안을 마련해 민원감축 지수 등을 개발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민원 감축 현황 공개와 더불어 미흡한 보험사에 대해 경영진 면담과 검사 등으로 압박할 방침이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보험 가입자들에게 무조건 민원을 제기하면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 평가제도는 민원 내용이 부당해도 일단 인터넷 접수 등으로 민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0.3점의 불이익을 주도록 돼 있다. 보험사들은 부당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돈을 더 주는 등 민원인의 요구를 수용해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보험사 직원이 보험금을 더 준 것은 크게 표시 나지 않지만 민원은 들어오는 순간 표시가 나고 해당 직원은 질책, 감점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보험사가 보상 지급기준을 지키라고 주문해도 해당 직원은 금감원 민원평가기준과 회사 내 평가기준상 불이익을 피하고자 보험금을 퍼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보험사 임원은 "검증도 안 된 발생 단계에서 민원은 민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민원'이라는 표현 대신 '불만' 접수로 하고 정당한 불만인 경우 '민원'으로 분류해 해당 금융사에 불이익을 가해야 한다"면서 "불만 내용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0점 처리하는 게 맞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보험 약관에는 없지만 보험금 합의 시점에 피해자 몸 상태를 고려해 향후 발생할 치료를 합의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향후치료비'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피해자가 정해진 약관을 무시하고 민원 제기 등으로 압박하면 향후 치료비를 주는 식으로 무마하고 있다. 평균 보험금에서 향후치료비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금 누수가 심해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2011회계연도 1인당 평균 보험금은 115만8천원에 향후치료비는 56만4천원으로 전체의 33.1%였고 2012회계연도는 115만9천원에 58만원으로 34.2%였다. 그러나 2013회계연도 들어 9월까지 1인당 평균보험금 109만9천원 중 향후치료비가 59만2천원으로 전체의 37.3%까지 급증했다. 회계연도 말에는 40%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향후 치료비를 받는 고객 중 실제로 앞으로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는 전체의 10% 미만이며 나머지는 모두 악성 민원인"이라면서 "전체 자동차보험 사고의 85% 정도가 약관에도 없는 향후치료비를 피해자 민원이 두려워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의 이런 주장에 금감원은 발끈하는 분위기다.

민원이 무서워 보험금을 퍼주는 것은 보험사의 도덕적 해이라면서 블랙컨슈머는 향후 민원 평가 시 충분히 제외해줄 방침이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민원 감축을 위해 보험금 산정 기준에 어긋나게 지급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사들의 불성실한 영업으로 고객 불만이 많아 민원 감축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게 됐다"면서 "이제 와서 악성 민원인들 때문에 죽겠다면서 금융당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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