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추정 종(鐘) 중국서 발견후 국내 반입”

정확한 진위 감정·가치 평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고대유물 감식 능력 뛰어난 민간 전문가로 명성
개인 소장품만 2만여점…“유물감정연구원 세울 것”

▲ 온라인에서 고대 유물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박찬 한국비봉컬렉션 대표는 “내가 가진 감정 능력과 세계 어떤 컬렉션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가치를 가진 막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고대유물감정연구원 같은 단체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순천/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박찬 한국비봉컬렉션 대표는 온라인에서 고대 유물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전남 보성 출신인 그의 카페(http://cafe.daum.net/bibongcollection) 방문자는 하루 2천~3천명에 이른다. 그는 최근 한국 최고로 추정되는 종(鐘)을 중국에서 발견, 국내에 반입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박 대표를 만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 발견에 얽힌 비화와 유물 사업에 투신한 경위, 앞으로 포부 등을 들어봤다.

-이 종을 어떻게 발견하게 됐는가?

▶1년의 절반은 우리나라에서, 나머지는 중국에서 보낸다. 지난 해 중국에서 일을 보던 중 우연히 중국 세관 창고에 보관(방치라고 해야 맞겠다)되고 있는 종을 발견했다. 수십 년 경력으로 한 눈에 우리 종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관련자들을 통해 내역을 확인해보니 수년 전 한 일본인이 수집해 반출하려다가 불허 판정을 받아 압류돼 있는 것이었다. 숱한 난관과 곡절을 거친 끝에 인수하게 됐다.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한 것 아닌가?

▶북경 대종사고종박물관(중국 국가기관급 박물관) 전문가들과 북경 문물진출경감정소(우리나라 문화재청 산하 기관에 해당) 관리들의 감정과 평가를 받았다. 감정 기관에 실제 종 성분과 녹 성분 감정도 마쳤다. 틀림없이 당 현종 때인 개원(開元)12년(서기 724년, 신라 성덕왕 23년)에 만들어진 한국 종이며 국보급이라는 평가였다

-그런데 국내 관련자들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민다. 국내 전문가 두 분은 사진만 보고 진품이 아니라고 했다. 이 종의 반환 등과 관련해 실제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은 그들의 의견만을 받아들였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해외에 있는 자국의 유물을 찾아오기 위해 민관(民官)이 합심해 어떤 수단과 방법이라도 동원하지 않는가. 아예 현물 확인도 하지 않고 ‘너 알아서 증명해봐’하는 식의 무관심, 무사안일, 무책임에 절망감이 들었다.

-종이 국내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가능한 일인가?

▶그동안 수십 년 중국을 다니며 쌓은 인맥과 경험이 합쳐진 결과라는 정도로만 말씀드리겠다. 종은 잘 보관되고 있다.

-모양이나 장식 등이 한국 종의 특색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중국에서 만들어졌다거나 심지어는 근래에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 그래서 한시 바삐 공적인 경로를 통해 정확한 감정을 받고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이 종이 한국 종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근작(또는 위작)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뚜렷한 증거가 있다. 즉 종구와 용의 발톱 부위의 원재료를 분석한 결과 금이 3~4.5%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평균 4%만 계산해도 무게(800kg)를 고려해보면 금값만 약 20억원에 달한다. 어느 누가 그런 가짜 종(鐘)을 만드는 미련한 짓을 하겠는가?

-이렇게 힘든데 종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 종 하나의 값을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종의 실제 성분을 분석하면 에밀레종이나 상원사종의 실제 성분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한국 종의 신비를 밝히는 데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 종을 복원하는 작업이 난관에 부딪힌 것도 원 재료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런 큰 일을 진행시킴으로써 고대 유물 관련 내용이 보다 투명해지고 밝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극히 전문적인 부문에서 실력과 자질을 확인할 길 없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전문가라는 간판을 내걸고 기득권을 앞세워 전횡과 독단을 일삼는 것이 이 분야의 현실이어서 안타깝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가?

▶어렸을 때부터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대학 재학 때부터 고서점 등을 다니며 고서(古書) 등을 즐겨보고 힘닿는 대로 모았다. 그러니까 연륜이 30년은 된 것 같다.

순천에서 영어 강사로 16년 정도 큰 명성을 얻었는데 그 때 유일한 취미며 소일거리가 유물 감상과 수집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물의 진위 감정에 관심이 생겼고 나름대로 공부하게 됐다.

강사 일을 그만두면서 유물 수집 차 중국에 다니게 됐는데 우선 중국에 우리 기물이 많은 것에 놀랐고 그 다음으로는 그 경위를 알게 되면서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 사실 우리 기물 중 최고의 것은 거의 중국에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중국에 조공(朝貢)을 바치면서 최상품을 보냈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개인적 오기(傲氣)이기도 하고 크게는 한(韓)민족의 한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가능한 한 우리 유물을 모아 국내로 들여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 중국 유물도 자연스럽게 따라 오게 된 것이 현재 비봉컬렉션의 시초다.

-개인 보유 물량은 물론 탁월한 감식 능력으로도 이름이 높다. 혼자서 공부해 가능한 일인가?

▶중국 고고학계의 태두로 불리는 주진(朱震, 2013년 작고) 선생이 계신다. 2006년 베이징에서 처음 뵙게 됐다. 그 이후 중국에 있을 때면 그 분이 주도한 ‘UN인증협회 북경도자검측감정중심’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대수장가이며 골동감정가인 그분의 60여년 경험과 지식을 전수받고 중국 유물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나를 수제자로 여기셨다.

고대 유물을 감정하는 것은 책 몇 권 보고 물건 몇 점 구경하는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수만 점의 유물을 직접 만져보고 두들겨보고 냄새 맡아보고 심지어는 깨뜨려봤다.

-비봉컬렉션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가?

▶비봉컬렉션은 내 소장품을 소개하고 고대 유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하루 방문객이 약 2천~3천명에 달한다. 그들은 내가 올려놓은 기물 사진을 보고 평가 감상하기도 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 감정을 의뢰하기도 한다.

현재 내 소장품은 약 2만점 정도로 추산되는데 하루에 두 점씩 소개한다고 해도 30년 정도 걸릴 것이다.

-고대 유물과 관련한 실태는?

▶최근 관련 분야의 화두는 단연 중국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계는 물론 업자들까지 중국 물건은 무시해왔다. 순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거래가 쉽지 않다는 투자적인 면에서만 본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에 있는 자국 유물을 찾아오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의 경매장은 중국인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을 정도다. 중국 유물 확보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한국과 중국의 인접성으로 인한 유물 존재 가능성에 착안하고 수년 전부터 거의 싹쓸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 현지 가격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헐값에 중국 물건이 빠져 나가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대책은?

▶중국 물건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통하는 적절한 대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수십 년 경력과 전문 지식으로 중국 물건에 대해 정확한 감정으로 적절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현재 비봉컬렉션의 기능을 실제 현장까지 확장하는 등 극대화해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현재 중국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중국 북경시 15중학박물관에서 3월 27일~4월 28일까지 ‘중국고대예술정품전’을 개최하고 있다. 청황실도자기(중국 국보급) 26점, 2천년전 동한시기 목판그림(종이가 없던시절에 나무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 작품) 50여점, 1천년전 서하시기 마지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 작품 20여점 등 총 1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외국인이 자신의 소장품인 중국 국보급 유물을 가지고 중국의 심장 북경의 공적 기관인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중국 역사이래 최초인 셈이다.

-앞으로 계획과 포부는?

▶내가 가진 감정 능력과 세계 어떤 컬렉션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가치를 가진 막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고대유물감정연구원 같은 단체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한국은 물론 중국, 그리고 전 세계 유물이 대상이다. 현재 무시되고 소외되고 있는 고대 유물 업계의 현장 경험이 학계와 관련 기관의 전문성과도 잘 소통돼 보다 체계적이고 온전한 구조가 확립됐으면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어떤 물건이건 주인이 있고 또한 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세상 모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게 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믿는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 더 그렇게 살 것이다.
 

<박찬 대표가 걸어온 길>

-전남대 철학과 졸
-굿모닝영어마을 대표
-예술품 컬렉션 경력 30여년
-‘날개가 상한 새도 다시 날 수 있다’ 등 저서 10권

순천/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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