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 "즉각 대피하라고 안내했더라면 좋았을 걸"
175명 구조…생사불명 280여명 소식에 가족들 오열

▲ 구조되는 세월호 탑승자들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탑승객들이 팽목항으로 이동, 배에서 내리고 있다. 김한얼 수습기자 /khu@namdonews.com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배가 기울기 시작했어요. 그 바람에 객실에 있던 승객들이 이리 구르고 저리 굴렀어요."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충돌 사고 후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김태영(16)군은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이렇게 말했다.

16일 오전 10시30분 사고대책상황실이 꾸려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는 구조대원들로 북적였다.

군·경과 소방서, 지자체 등에서 파견한 헬기와 인근 병원 응급 구조차량들이 사이렌 소리를 내며 바삐 움직였다.

이곳에 마련된 임시진료소에는 진도와 해남군보건소 등에서 출동한 의료진 70여명이 대기하며 구조된 승객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오후 1시50분께 조도고속훼리호가 구조된 승객을 싣고 팽목항에 도착했다.

"꽝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어지는 바람에 승객들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힘들었습니다. 곧바로 대피 안내를 했더라면 좋았을 걸…"

이날 오후 구조돼 팽목항에 실려온 윤칠상(56·서울 중랑구)씨는 "사고 후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곧바로 원상복구 될 줄 알았다"며 "물이 차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구명조끼를 입고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다 구조됐다"고 말했다.

윤씨는 "안내방송을 따른 승객들이 대피를 서둘지 않고 30~40분여 동안 그대로 서 있는 바람에 배에서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 늘었다"며 "승객들이 처음부터 서둘러서 밖으로 나왔더라면 구조될 자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고 후 30여분 만에 헬기가 도착해 구조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또 30여분 만에 구조 선박이 여객선 근처로 다가왔고 구조원이 건네준 호스를 잡고 이들은 침착하게 탈출에 성공했다.

팽목항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옮겨운 김진태(16)군은 "대피할 때까지 이렇게 큰 배가 설마 침몰할 줄 몰랐고 곧 정상화할 줄 알았다"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모(16)양은 대기 안내가 나오는 바람에 학생들이 선실에서 빠져나가야 할지, 머물러야 할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전양은 "10여분 후에 선실 위로 탈출할 힘이 있는 학생들만이 커튼과 고무호스를 잡고 안간힘을 다해 바깥계단으로 나와 헬기를 탔다"며 "선실에 남은 학생들이 안전한지 알 수 없다"며 울먹였다.

구조자 중 상태가 경증인 학생과 탑승객 150여명은 진도실내체육관으로 옮겨져 임시 치료를 받으며 정신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 김영철(58)씨는 "'쿵' 소리가 나더니 배가 갑자기 기울었다"며 "선실 3층 아래는 식당, 매점, 오락실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께 "탑승객 293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동진 진도군수의 말에 실내체육관은 울음바다가 됐다.

한 학부모는 "딸 예슬이가 오전 10시30분께 괜찮으니 걱정말라며 전화가 왔는데 이후 연락이 끊겼다"며 "배 안에서 못 빠져나온 사람이 이리 많다니 걱정이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강병기(42·부천시)씨는 "아버지와 함께 제주에 항만청 난간 공사차 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며 "다행히 아버지와는 무사하다는 통화가 됐으나 중국인 일행이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경태 기자 kkt@namdonews.com
/김한얼 수습기자 kh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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