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변침에 화물 쏠리며 복원력 상실"

승객 버리고 탈출한 주요 승무원 행적도 밝혀져야
선체 결함·진도 아닌 제주와 교신한 배경도 의문점

▲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해 검경합동수사본부가 무리한 변침과 선박구조변경에 따른 복원력 상실 등을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주요 원인으로 잠정 결론 낸 가운데 승무원 행적과 선체 결함 배경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사진은 사고 이튿날인 17일 해군과 해경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수학여행길에 오른 고교생 등 476명이 탄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지 만 12일째다. 

사고이후 민·관·군이 힘을 모아 거센 물살에 맞서 수색·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생환자가 없어 실종자 무사귀환을 염원했던 광주·전남 지역민을 비롯한 국민의 여망은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조사 내용을 토대로 현재까지 드러난 사고원인을 살펴본다. 아울러 향후 밝혀내야 할 의문점도 점검한다.

◇합수부 4가지 주요 사고원인 발표

변침, 균형, 복원력.

세월호 참사 원인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핵심 단어다.

"갑작스러운 '변침(배의 진행방향을 바꾸기 위해 조타기를 돌리는 것)' 탓에 화물이 왼쪽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잃었지만 '복원력'이 떨어진 선체는 강한 조류에 허망하게 기울고 말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과 수사결과로 요약한 침몰의 원인과 과정이다.

이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부)가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합수부는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과도한 우현 변침 ▲화물 적재 잘못 ▲선박구조 변경에 따른 복원력 약화 ▲강한 조류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인천을 출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 세월호는 갑자기 'J'자 모양을 그리며 오른쪽으로 45도가량 돌아갔다.

이 부근은 통상 선박이 10도가량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변침점이었다.

선박자동 식별장치(AIS) 기록에 따르면 배의 속도는 이때 정상속도인 17노트에서 15노트(8시 49분 13초), 10노트(49분 37초), 5노트(50분 16초)로 떨어졌다.

엔진이 멈춰 뱃머리를 남서쪽으로 향한 채 북쪽으로 떠내려간 세월호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해상에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물에 잠겼다.

◇무리한 변침 한번에 아이들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오른쪽 45도' 변침이다.

변침의 원인, 이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시간상으로 거슬러 차근차근 밝혀야 1차 원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른 선박이나 암초와의 충돌, 내부 폭발 등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암초가 없는 해저 지형과 세월호 상태로 미뤄 현재는 배제된 상황이다.

합동수사본부도 갑작스럽게 항로를 바꾼 무리한 변침을 사고 원인으로 잠정 결론낸 상태다.

선체 결함 추측도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과 정황도 있다.

구속된 조타수 조모씨는 "(내가)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키(조타기)가 평소보다 많이 돌았다"고, 1등 항해사 신모씨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변침상의 실수가 있었거나 고장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이 지난 1일 작성한 수리신청서에는 "조타기 운항 중 '노볼티지'(No Voltage) 알람이 계속 들어와 본선에서 차상 전원 복구 및 전원 리셋시키며 사용 중"이라고 적혀 있다.

조타기 전원 접속이 불량해 전원 리셋기능을 사용하고 있으니 수리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승무원의 실수도 의심받고 있다.

사고 당시에는 이 배 탑승경력이 5개월에 못 미치고 맹골수도 해역을 처음으로 운항한 3등 항해사와 여객선 근무가 처음인 조타수가 호흡을 맞췄다.

◇형식적 화물 결박 사고원인 지적도

무리한 변침 이후 세월호는 적재된 화물이 쏠리면서 무게중심이 기울어 급격하게 균형을 잃었다.

세월호에는 1천157t, 승용차 124대, 1t 화물차 22대, 2.5t 이상 화물차 34대 등 모두 3천608t의 화물과 차량이 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50t 이상 트레일러도 3대나 됐다.

세월호의 적재 한도는 3천794t으로 사고 당시 적재량이 기준을 넘지는 않았지만 선사 측이 밝힌 적재량은 믿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나마도 엉성하게 고정돼 있던 화물과 차량은 급격한 변침에 한꺼번에 배 왼편으로 쏠렸다.

특히 형식적이 화물 결박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전직 항해사 김모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에서는 화물을 단단하게 결박하지 않는다. 형식적인 결박에 그친다. 결박 용구에 비용이 많이 들어 회사에서 잘 안 내준다"고 밝혔다.

배의 방향이 조류 등 영향으로 오른쪽 왼쪽 등으로 틀어졌는데 이 때 느슨하게 결박된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세월호가 승객과 화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점도 주 원인으로 꼽힌다.

청해진해운은 1994년 건조돼 2012년 9월까지 일본 규슈 남부에서 운항한 '페리 나미노우에'('파도 위'라는 뜻)를 도입한 뒤 곧바로 객실 증설공사를 했다.

무게중심은 11.27m에서 11.78m로 51㎝ 높아지고 순수 여객 탑승인원은 804명에서 921명으로 늘었다.

이렇듯 개조한 배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야 하는데 세월호는 전체 중량을 유지하기 위해 '돈이 되는' 화물을 더 싣고 평형수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

구조변경으로 무게중심은 높아지고, 적재 화물은 많았지만 무너진 균형을 복원할 능력은 세월호에 없었다.

구속된 1등 항해사는 "처음에는 (배를) 복원하려고 했으나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풀어야 할 의혹·궁금증 많아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승무원 소환, 카카오톡 메시지 분석 등으로 사고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으로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모형을 제작하고 '쌍둥이배'인 오하마나호를 압수수색했다.

수사본부가 풀어야 할 의혹과 궁금증은 너무 많다.

먼저 3등 항해사와 조타수에 의해 급격한 변침이 이뤄진 점과 조타기 고장 등 선체결함 가능성 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검경은 무리한 증축 선박 증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월호를 증축한 업체는 주로 여객선의 정기검사를 맡다가 3~4년 전부터 증축 분야에 손을 댔고 세월호 전에는 5천t급 이상 선박을 증축한 경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1종 중간검사를 받아 구명벌 46개 가운데 44개가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균형 유지 장치인 '스태빌라이저'도 정상 작동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침몰 당시 세월호의 구명벌은 단 1개밖에 펼쳐지지 않았다.

조타실과 기관실에 모여있다가 승객들을 두고 가장 먼저 탈출한 주요 승무원 15명의 사고 당시 행적도 수사본부가 속시원히 풀어줘야 할 의문이다.

수사본부는 선원 15명 전원을 구속했다.

선박 수입, 개조, 검사 등 운항·관리의 전 과정을 꼼꼼히 살피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 대상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가 침몰 전 상황도 의문이다.

세월호는 한 순간 폭발한 것도 아니고 사고 신고 훨씬 전부터 배가 서 있었다. 이 부분도 수사본부가 속시원히 밝혀야 할 사안이다.

여기에 진도해상에 사고가 발생했는데 세월호는 진도가 아닌 제주와 교신한 점도 의문이다.

전직 항해사 김씨는 침몰한 세월호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아닌 제주VTS로 사고 사실이 알려졌던 이유에 대해 "(12번 채널대신) 공용채널인 16번 채널을 쓰면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에 보고 사실이 다 밝혀진다. 그렇게 되면 회사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16번 채널을 잘 쓰지 않는다"며 "16번 채널을 규정상 틀어놓고는 있지만 주로 12번 채널을 쓴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명식 기자·연합뉴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