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민주화운동 34주년을 1주일여 앞둔 지난 10일 국립 5·18 민주묘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입장에 대한 강력한 항의표시로 5·18 행사추진위가 올해 기념식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김한얼 수습기자 khu@namdonews.com

5·18 기념식서 제창 허용 여부 놓고 갈등 불거져  
기념곡 지정에 보훈처 시종일관 무성의한 자세 일관  
5월단체 34주년 기념식 불참 결정…행사 파행 예고  

 

5·18 민주화운동 상직적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지 못한 채 여전히 허공에서 맴돌고 있다.
각계각층의 염원과 바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임을~' 제창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나섰다.
결국 34주년 5·18행사위원회는 올해 기념식 불참을 선언해 지난 해에  이은 올해도 '주인' 없는 반쪽 행사로 치뤄질 전망이다.
5·18 34주년 기념식을 1주일여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및 기념곡 지정을 둘러싼 갈등의 배경과 과정 등을 정리했다./편집자 주  

◇ '임을 위한 행진곡' 작품 배경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27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을 사수하다가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8년 노동운동, 들불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 곡은 소설가 황석영의 자택에서 황석영, 김종률, 전용호, 오정묵 등이 모여 오월항쟁을 추모하고 윤상원, 박기순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창작 노래극 ‘넋풀이굿’을 만들 것을 황석영이 제안해 지난 1981년 탄생했다.
노랫말은 황석영이 백기완 선생이 쓴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이라는 시를 개작했고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음악인 김종률이 곡을 붙이면서 완성됐다.

당시 황석영의 광주 자택에서 창문을 군용 담요로 가리고 카세트테이프로 이 곡을 녹음했다.

이후 카세트 테이프 복사본, 악보 필사본 및 구전을 통해 민주화 및 노동운동 세력 사이에 이른바 ‘민중가요’로 빠르게 유포됐고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 5·18 기념식과 '임을~' 제창
1981년 5월 18일 광주 북구 망월동 묘역에서 제1주기 5·18 기념식(당시 추모식)이 열렸다.

당시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이 사회를 맡아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끝났으며 정 전 회장은 이후 경찰에 체포돼 10개월 실형을 살았다.

5월 단체 등에 따르면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처음 제창된 것은 1983년으로 추정된다.

1997년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가 완공돼 망월동 묘역에서 5·18열사들이 이장됐고 같은 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되며 정부 주관으로 첫 기념식이 열렸다.

지난 2002년 5·18민주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됐고 2003년부터 국가보훈처가 행사를 주관하면서 추모식은 기념식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03년 5·18 기념식은 정부 행사로 승격됐으며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까지 이 노래는 본행사에서 공식 제창됐다.
 

◇ '임을~' 제창 갈등
이명박 정부 2년째를 맞이했던 2009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이나 식전 연주곡 형태로 바뀌며 갈등은 시작됐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이 노래는 일부 노동·진보 단체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노래이고,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 부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합창은 가능하되 제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본격적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해부터다.

국가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움직임을 보이며   5·18 공식 기념곡을 새로 만들겠다고 나서자 전국적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당시 5월 관련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무산시 행사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5·18 기념행사 공식 기념곡 지정 미여부 ▲일부 노동·진보단체 ‘민중의례’ 때 애국가 대신 불리는 노래 ▲정부 기념식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행위의 부적절성 등을 이유로 5·18 33주년 기념식 본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단의 공연 방식으로 추진했다.

실질적인 제창 거부에 5월 관련단체 대표들은 기념식 불참 보이콧을 선언했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도 동참했다.

결국, 작년 5·18 33주년 기념식은 지난 2010년 이후 3년 만에 따로 치러져 반쪽 기념식으로 치뤄졌다.

이후 정부의 태도와 더불어 일부 보수단체는 5·18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임을 위한~’에 북한 및 반정권 단체의 곡이라는 모함적 오명을 씌우기도 했다.

◇ 각계 각층 기념곡 지정 촉구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해 3월 지역 국회의원, 오월 단체, 광주시, 시민단체 등은 ‘임을~’공식행사 포함 및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결국 5·18 33주년 기념식 당시 제창과 기념곡 지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지난 해 5월 '임을~' 5·18 공식기념곡 지정 촉구 온라인 서명운동이 전개돼 두달여만에 100만여명이 서명에 동참하는 등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냈다.

5·18기념재단과 오월단체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광주시 등은 지속적으로 기념곡 지정에 대한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한편 국가보훈처에 공식기념곡 지정 협조공문을 4차례에 걸쳐 발송하는 등 계속해서 기념곡 지정 촉구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올해 5·18 34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기념곡 지정 촉구는 각계각층에서 거세졌다.

지역 정치인을 비롯해 시민단체 등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임을~'의 5·18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강하게 요구했다.

기념곡 지정 및 제창 여부를 두고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지난 달 18일 5·18 관련 단체들은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과 관련한 국회결의 존중과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강 의장 역시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지난해 ‘임을~’의 5·18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점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 애매모호한 정부의 입장
2013년 6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에서 158명의 여·야 국회의원의 찬성으로 채택돼 기념곡 지정이 가시화되며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국회의 기념곡 지정 촉구에도 ‘임을~’ 5·18 기념곡 지정에 대해 의견수렴 등을 이유로 회피하며 1년여간 유보적 태도를 보여왔다.

올해 기념식을 한달여 앞에 다가오자 지난 4월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에 대해 “워낙 강한 반대 여론도 있어서 잘못하면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도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법령이나 고시, 행정규칙 등에 기념곡 지정에 관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5대 국경일, 46개 정부기념일, 25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과 관련해 기념곡 지정이 없고 애국가도 국가로 지정돼 있지 않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의 발언은 그동안 의견 수렴을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표명과는 달리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한 행보로 곳곳에서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다가 최근 기념곡 지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올해 ‘임을~’ 기념곡 지정 및 제창과 관련해 오월 광주가 또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 5·18기념식…파행 치닫나
‘임을~’제창을 정부가 끝내 외면하자 5월 관련단체 등 34주년 5·18행사위는 지난 8일 올해 기념식 불참을 선언했다.

더 나아가  34주년 5·18 기념식에 지원한 정부 예산(1억2천만원)도 전면 거부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기념식 불참도 호소할 예정이다.

오재일 5·18 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이번 5월 행사가 파행으로 이어진다면 광주·전남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화 상징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국민적 판단과 지지로 문제를 처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사위의 결정은  5·18의 역사를 부정하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정부의 무성의함에 대한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끝까지 ‘임을~’제창이 아닌, 합창단 공연 방식으로 5·18 기념식순에 배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국가보훈처는 행사위의 불참 선언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례’라는 명분을 들며 올해 기념행사 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단 공연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태도다.

결국 올해 5·18 기념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임을~’ 제창 문제를 두고 정부는 행사위를 비롯한 각층의 의견을 외면한 채 기념식 파행을 자초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월 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정적 태도로 올해 역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오월 영령들 앞에서 제창되지 못한 채 결국 허공 속에서 맴돌 수 밖에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정부의 결단을 통해 조속히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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