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딛고 이룬 세계수영선수권 유치 가장 큰 보람"

명퇴 신청으로 40년 공직 마감…남은 인생도 중요
"스스로가 시대를 이끄는 공직자란 사명감 가져야"
"세계 속의 광주로 비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 지난 16일 4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명예 퇴직한 안기석 광주시 체육U대회지원국장은 19일 남도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선 6기 새로운 시장과 함께 시민의 저력을 결집해 세계 속의 광주로 비상할 수 있도록 공직자들이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안기석 광주광역시 체육U대회지원국장이 지난 16일자로 4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1년여의 시간이 더 남아있음에도 후배들을 위해 과감히 물러서기로 결정한 그는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공직생활 40여년동안 가장 힘든 일이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였고, 그렇지만 가장 보람 있게 생각되는 일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라고 말하고 있다.

안 국장은 "올해는 광주가 국내외제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새로운 시장과 함께 시민의 저력을 결집해 세계 속의 광주로 비상할 수 있도록 공직자들과 함께 노력해 주길 바란다"며 공직을 떠나면서도 광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남도일보는 명예롭고, 결단력 있게 광주시를 떠난 안기석 국장을 만나 공직을 마감한 소회와 후배들을 위한 조언,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4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쳤다. 소회는.

▶1975년 스무 살에 공직에 들어와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는데 마치 한편의 소설 같은 느낌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젊은 나이에 새마을 모자 깊이 눌러쓰고 "논에 생 짚 깔고 깊이 간다"는 '추심경'을 하고 광주~목포 간 도로변에 코스모스를 심는 국도변 가꾸기사업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광주시에서 국장으로 퇴임을 하게 됐다.

40년 동안 아무 과오 없이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강운태 시장님과 동료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공직자로서 광주시민이 행복한 광주를 만든데 작은 힘이나마 일조를 한다는 자긍심을 가졌는데 이제 그마저도 내려놓고 보니, 한편으로는 부담을 덜어 개운하고 또 한편으로는 시원섭섭한 생각이 든다.

-공직 생활이 좀 더 남았는데 일찍 명예퇴직을 신청한 계기는.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에게 승진과 영전의 길을 터주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또한 앞으로 나에게 남아있는 20~30년의 제2의 인생도 지난 40여년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또 다른 삶을 설계하기 위해 선택했다.

-공직 기간 동안 우여 곡절이 참 많았을 텐데, 가장 힘들었던 때는.

▶가장 힘들었던 때에는 초대 체육U대회지원국장으로 부임해 민선5기 광주의 최대현안이었던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이었다.

대회 유치과정에서 정부보증서 위조로 세계수영대회를 유치해도 지원할 수 없다는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의 발표(2013년 7월 19일)를 생각하면 지금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로 인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세계수영대회유치신청서의 정부보증서의 초안상태 실수를 발견 즉시 바로 잡았고, 관련자들을 기소유예 처분한 재판결과는 담당국장으로서 이유야 어찌되었던 죄송하고 40년 공직기간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

2002년도 (재)비엔날레 총무과장 재직시는 민간주도의 민영화로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재단측과의 갈등을 수습했던 일도 떠오른다.

2007년 관광과장 때 광주시 최초로 200실 규모의 특급호텔 유치시 과도한 인센티브 논란으로 시의회 강도석 의원으로부터 의회 회기 중 한번도 거르지 않고 최다 5분 발언으로 힘든 일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잘 극복하고 210실 규모의 홀리데이인호텔이 신축돼 전국단위 행사유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시너지효과 등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어 다행이다.

2009년 노인복지과장 때는 전국 최초로 노인들의 천국인 빛고을노인복지건강센터를 개원했는데, 여러 시설을 설치하고 그에 걸맞는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력을 뽑는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초대 나무석 원장과 함께 완벽한 준비 후 개원할 수 있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2010년 자치행정과장 때는 자치구간 경계조정이 정치적 이유와 구청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십 차례의 주민들을 설득하고 시·구의원간 협의로 전국 최초로 인구가 이동되는 자치구간 경계를 조정한 일 등이다.

-반면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이었나.

▶광주가 유치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국제경기대회지원법'을 개정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2013년엔 단 하루의 휴가도 없이 정부를 설득할 근거 등 각종 자료를 꼼꼼하게 만들어 국회의원 154명의 서명을 받아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 2월20일 국회에서 발의 법안이 통과돼 광주시민들에게 드리웠던 불명예를 씻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또한, 2015하계U대회선수촌의 100% 분양, 남부대 수영장, 광주여대 다목적체육관, 양궁장의 위치 선정, 호남 야구팬의 오랜 숙원이었던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개장, 구 도심의 인구수 감소로 자치구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자치구간 경계조정 등 시정의 최대 현안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그 중심에 자리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진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공직자로서 가졌던 사명감은 무엇이었나? 또한 공직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1976년 전라남도 공무원교육원에서 신규자 교육을 받을 때 강당 벽에 걸렸던 중량 장형태 전 전남지사가 쓴 '有不富無不貧'이란 글을 늘 거울삼아 생활해 왔다.

'있다고 부자가 아니고 없다고 가난하지 않다'는 뜻이지만, 의역하면 '아무리 부유한 사람도 마음이 가난하면 가난한 사람이고,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마음이 부유하면 부자'라는 뜻으로 항상 나 자신은 이 글귀처럼 살려고 노력했다.

공직자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신바람 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가정이 편안해야 직장일도 잘 된다는 신조로, 또 직장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동료간(특히 계단위)에 식사나 영화관람, 등산 등의 기회를 자주 가졌다. 벼락성공, 벼락출세, 벼락감투를 꿈꾸면 그것은 모두 벼락 맞을 일이라 여기고 생활했다.

공직자는 칭찬과 친절이 몸에 배야 한다.

내가 어느 장소에서 남을 칭찬하면 그 사람도 다른 장소에서 나를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동료 직원간에는 무조건 칭찬하고 조금은 멍청한 듯, 2%가 부족한 듯 손해보고 살아 왔다고 자부한다.

업무와 관련된 뇌물은 단 1원도 안 받는다는 생각으로 공직에 임했다.

아무리 건강한 돈도 공짜는 없다, 세상에는 비밀 없다.

승진하면 고향방문(사무관, 서기관, 부이사관)해 일가친척을 찾아뵙고 마을회관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자식을 키워준 부모님에 효도하는 보람이라고 생각하고 생활했다.

-민선 6기가 조만간 시작된다. 바라는 점은.

▶민선4~5기를 거치면서 광주가 민주·인권·평화도시로서의 자산과 가치가 세계 속에 빛을 발하고 있다.

만년 소비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하는 수출주도형 생산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또 인프라 측면에서도 무진로와 빛고을로를 비롯한 간선 도로개설, 야구장과 아시아문화전당, U대회시설 건립 등 많은 발전을 했다.

민선6기는 내실있는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어 속을 콘텐츠로 꼭 채우는 시정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올해 KTX 호남선 개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하계U대회 개최 등 광주가 국내외제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새로운 시장과 함께 시민의 저력을 결집해 세계 속의 광주로 비상할 수 있도록 공직자들과 함께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후배 공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과 광주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말이 있다면.

▶광주가 발전하려면 공직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의회와 시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 역동적으로 추진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다보면 정치인들이 무리한 요구도 하고 또 끌려갈 때도 있지만 공직자는 그럴 때마다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묵묵히 일만 하는 공복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보람도 있고 성과도 있을 것이다.

또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공직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무엇인가 재직기간중에 의미있는 것을 남겨야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해 주길 당부하고 싶다.

공직자로서 항상 가정이 1번이고 직장이 2번이라는 생각으로 산다면 이와 더불어 광주시민들도 행복하고 시민들로부터 칭찬받게 될 것이다.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공직자들이 소신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과 협조를 보내 주시길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집안일을 소홀히 한 것은 물론이고 휴가 한번 제대로 못가 항상 아내에게 죄송하고 미안하다.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 놓았으니 아내에게 용서를 빌고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여유를 갖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꼭 찾아보겠다.

 

<안기석 국장이 걸어 온 길>
-전남 함평 출생
-목포 문태고, 전남대 행정대학원
-광주시 문화체육정책실 관광과장
-광주시 사회복지국 노인복지과장
-광주시 자치행정국 자치행정과장
-광주시 자치행정국 시민소통과장
-광주시 대변인실 대변인
-광주시 체육U대회지원국장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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