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9명 진폐증… 166명은 폐·기관지 기능저하 
분진 경력 없고 30년 이상 거주 80세 이상 대부분
郡 "유소견자, 전문병원 입원 시켜 1년간 치료"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4∼12월 전남 장성군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직업 경력과 관계없는 진폐증 환자 3명을 확인했다. 사진은 장성군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 모습. /정응래 기자 jer@namdonews.com
전남 장성군 시멘트공장 주변 지역주민 중 장기 거주자와 고령층 일부가 진폐증과 환기기능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같은 이유는 전남 장성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의 주변 지역 주민 건강을 조사한 결과, 9명이 오염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발생하는 진폐증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3명은 조사 지역에 30년 이상 거주한 80세 이상 노인으로 분진 관련 직업 경력이 없었는데도 진폐증에 걸렸다.

이 때문에 장성군은 지난 13일 주민설명회가 끝난 후 유소견자에 대해 환경부와 장성군에서 사후관리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치료가 가능한 전문병원을 선정, 1년간 치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진폐증이란 폐에 분진이 침착해 폐 세포에 염증 등이 일어나는 질환이며, 환기기능장애는 기관지나 폐의 염증 등으로 기침, 가래, 호흡곤란, 폐 기능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장성군 시멘트공장 및 광산주변 지형도

◇ 충격적인 조사 결과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4∼12월 전남 장성군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직업 경력과 관계없는 진폐증 환자 3명을 확인했다.

이 중 3명은 공장 등에서 일하지 않은 직업력이 없는 주민으로 분진 등이 자주 날리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진폐증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폐와 기관지 기능이 저하된 환기기능장애 유소견자는 폐기능 유효조사자 969명 중 166명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조사지역의 환기기능장애 유병률은 18.8%(127명)로 대조지역 13.2%(39명)보다 높았으나 이를 환경오염에 의한 차이로 보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환기기능장애 중 제한성폐질환의 유병률은 조사지역이 9.3%(63명)로 대조지역의 3.4%(10명)보다 높았으나, 흉부 엑스레이 사진 등을 함께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고령 또는 심장질환과 같은 타질환에 동반되는 의학적 소견으로 나타났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유병률은 조사지역이 9.5%(64명), 대조지역이 9.8%(29명)이었으며 성, 연령, 흡연 등을 고려하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생체시료(혈액, 소변) 분석 결과, 조사지역 주민의 중금속 농도는 대조지역과 비슷하였으나, 2-나프톨의 소변 중 농도는 조사지역에서 5.85㎍/g 크레아티닌(creatinine)으로 대조지역의 4.45㎍/g 크레아티닌(creatinine)보다 약간 높았다.

초등학생의 경우, 폐기능 검사 결과와 생체시료 중 중금속 농도는 조사지역과 대조지역이 차이가 없었다.

대기환경 조사 결과는 조사지역이 대조지역보다 오염도가 대체로 높게 나타났으나, 대기환경기준 및 다른 공장 지역보다는 낮거나 유사한 수준이었다.

공장주변의 대기 중 미세먼지(PM10) 농도는 평균 43.2~45.5㎍/㎥으로 대조지역(38.5㎍/㎥)보다는 높았으나, 연평균 대기환경기준(50㎍/㎥)보다 낮았고 타지역 시멘트공장 조사지역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중금속 중 납(Pb)은 조사지역(0.047~0.114㎍/㎥)이 대조지역(0.021㎍/㎥)보다는 높았으나 대기환경기준(0.5㎍/㎥)보다는 낮았다.

벤조피렌(Benzo(a)pyrene)의 농도는 0.06∼0.13ng/㎥로 대조지역(0.06ng/㎥)과 유사하거나 약간 높았지만, 다른 도시 및 산단지역과 유럽(EU) 대기환경기준 1ng/㎥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다.

한편, 환경부는 시멘트공장에서 배출되는 분진과 먼지 등 환경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8년부터 강원도 영월군을 시작으로 전국 시멘트 공장을 대상으로 주변지역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해 왔다.

환경부 자료
◇ 작업경력이 없는데도…

조사 지역에 30년 이상 거주한 80세 이상 노인 3명은 분진 관련 직업 경력이 없었는데도 진폐증에 걸렸다.

이번 조사는 전남 장성군 장성읍과 황룡면의 시멘트공장 및 석회석광산 주변 지역(이하, 조사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1천115명과 비교 지역인 서삼면 및 성산리 지역(이하, 대조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38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들 주민에 대해서는 호흡기계 검진과 혈중 중금속 등 생체지표를 분석했고 해당 지역 초등학생 255명을 대상으로 폐활량검사와 생체지표 조사도 별도로 이뤄졌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흉부 엑스레이(X-Ray)와 컴퓨터 단층촬영(CT)의 검사결과를 관련 전문의에게 교차검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한 폐활량검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정한 표준화 방법(유효검사횟수, 결과판정기준 등)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 환경부 "사후관리 추진"

환경부는 이번에 발견된 진폐증 환자와 환기기능장애 유소견자에 대해서는 2014년 국비지원을 통해 장성군과 함께 건강검진, 진료지원 등 사후관리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시멘트 공장과 석회석 광산 등 미세먼지 유발 가능업체에 대해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호흡기질환 유발물질에 대한 지속적인 대기오염 감시와 관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호흡기계질환 환경보건센터(강원대병원)와 현지 의료기관의 협력을 통해 진폐 또는 환기기능장애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함께 환경보건교육 등 전문적인 환경보건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진폐증 환자와 환기기능장애 유소견자에 대해 장성군과 함께 건강검진, 진료지원 등 사후관리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며 “또 시멘트 공장과 석회석 광산 등 미세먼지 유발 가능업체에 대해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호흡기질환 유발물질에 대한 지속적인 대기오염 감시와 관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장성군 "자동측정기 설치"

장성군 지난 13일 주민설명회를 갖고 유소견자에 대해 환경부와 함께 유소견자 102명과 진단 과정중 검토된 대상자 98명 등 200명을 대상으로 사후관리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성군은 치료가 가능한 전문병원을 선정해 1년간 치료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성군은 시멘트 공장에 대해 대기 및 폐수시설에 대해 전남도와 함께 지도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민건강진단은 환경부 주관으로 환경부 70%, 장선군 30%로 7억8천9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실시했다.

장성군 관계자는 “장성군은 환경부 계획에 따라 주민건강조사를 당초 올해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군이 주민건강조사 신속히 건의해 지난해 지난해 실시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시멘트 공장의 대기오염의 농도를 자동측정기를 설치해 항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응래 기자 jer@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