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

임진왜란 당시 단 한 차례도 패배하지 않은 상승장군 이순신(1545~1598).

공훈을 시기하는 대신들과 선조 임금, 그를 눈엣가시로 여긴 일본 수뇌부의 모략에도 그는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한 일등 공신이었다.

여기에 백전백승에 이은 백의종군(白衣從軍)과 완벽한 부활 그리고 석연찮은 죽음까지, 임진왜란을 관통한 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사연 많은 한 편의 드라마다.

'최종병기 활'(2011)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명량'은 이순신의 생애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전투인 '명량해전'(鳴梁海戰)을 소재로 한 사극 블록버스터다.

익히 알려진 대로 영화는 백의종군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부임한 이순신이 12척 배로 300여 척 적선을 궤멸하는 과정을 담았다.

 

정유재란이 발생한 1597년. 왜군은 칠천량에서 조선 수군을 대파하고 해상권을 장악한다.

다급해진 선조는 백의종군 중이던 이순신(최민식)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삼아 전운이 감도는 전라도 해안가로 급파한다.

그러나 그의 곁에 이제는 용맹한 장수도 거북선도 없다. 오로지 배 12척과 싸우기도 전에 도망칠 궁리만 하는 나약한 병사들만 남아있을 뿐이다.

불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급기야 탈영과 자신에 대한 암살기도까지 발생하자, 순신은 탈영병을 단칼에 벤 후 배수진을 친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生卽死 死卽生)

그래도 살고자 하는 군사들의 마음을 완전히 다잡지 못한 이순신은 틈만 나면 내뺄 기회를 노리는 부하들을 이끌고, 왜선이 뒤덮은 명량 앞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영화의 핵심은 무려 61분에 이르는 해상 전투 장면이다. 구루지마(류승룡)와 이순신이 벌이는 심리전, 화포를 이용한 조선군과 왜군의 대결, 육박전 등 다채로운 전투기술이 선상에서 펼쳐진다. 생동감 있는 전투신은 화려한 미술과 웅장한 음악, 속도감 있는 촬영이 더해지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최민식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노련한 이순신과 선상에서 그동안 축적한 에너지를 포효하는 성난 이순신의 모습을 적절히 구사하며 설득력 있게 연기했고, 각각 구루지마와 와키자카를 연기한 류승룡과 조진웅도 제 몫을 했다. 분량이 많진 않지만 적장 도도로 분한 김명곤은 담백하면서도 절도있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천여 벌의 갑옷, 150명이 연주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등은 200억원 가까운 총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의 사이즈를 짐작케 해준다.

다만, 영화가 시작한 후 약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해전이 시작되는 건 다소 아쉽다. 관객 중 일부는 군불을 너무 오래 때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 자칫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분위기도 여름방학을 노린 블록버스터치고는 꽤 무겁다.

7월30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28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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