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에 오자마자 MBC 드라마 '로드 넘버 원'에 미군 병사로 출연했어요. 겨울이었는데 강원도 평창에서 찍었어요. 정말 '개고생' 했습니다."

'한국말 잘하는 유쾌한 흑인 청년'으로 방송에서 활약하다 급기야 tvN '황금거탑'으로 연기까지 하게 된 샘 오취리(23)가 이렇게 말하며 "사실은 4년 전 이미 연기를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2009년 초 한국에 왔는데 알음알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이것저것 하게 됐다. 그러다 '로드 넘버 원'에서 6·25에 참전한 미군 병사역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기하는 거라고 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만 하고 덜컥 촬영하러 갔는데, 어휴 '개고생' 했다"며 웃었다.

 

2010년 6~8월 방송된 '로드 넘버 원'은 한류스타 소지섭과 김하늘이 주연한 전쟁 멜로 드라마다. 제작비 130억 원 규모의 대작으로 겨울 장면부터 촬영해 방송 전 사전 제작이 거의 이뤄진 상태였다.

그 드라마에 당시 한국 땅을 밟은 지 얼마 안 된 아프리카 청년 샘 오취리가 한국전에 참전한 흑인 미군 병사 역으로 '얼떨결에' 단역 출연했던 것이다. "한국이 추운 나라라는 것만 알고 왔다"지만 실제로 경험한 강원도의 추위는 매서웠고 한국 드라마의 지난하고도 힘겨운 촬영과정까지 동시에 경험하면서 그는 한국의 매운맛을 강렬하게 맛본 셈이다.

그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사계절이 있는 나라지만 점점 그 구분이 없어지는 것 같다. 여름하고 겨울만 남게 되는 것 같다"면서 "가나도 덥지만, 한국은 습해서 찜통더위다. 나도 덥다. 겨울은 물론 춥고…"라며 웃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3일 시작한 tvN 농촌 코믹 드라마 '황금거탑'에서는 어엿한 배역을 맡았다. 한국의 선진 농업 기술을 배워오라는 아버지의 특명을 받고 한국의 농촌마을을 찾아오는 가나 재무부 장관의 외동아들 역을 맡았다. 한국말이 유창한 캐릭터로 대사도 많다. '로드 넘버 원' 이후 4년 만에 조연급 연기자로 '격상'된 셈이다.

인터뷰에 동석한 매니저는 "첫 촬영 때는 샘이 연기를 못 해서 엄청 혼이 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제작진도 흡족해한다"고 귀띔했다.

샘 오취리는 "한국에서 연기하게 될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하게 되니 신기하고 기쁘다"면서 "가나 친구들이 한류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한국에서 드라마를 찍으니 다들 무척 놀란다"고 말했다.

그는 "'로드 넘버 원' 찍을 때 소지섭 씨를 보긴 했지만 말 한번 못 나눠 아쉽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신민아 씨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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