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 '양림의 소리를 듣다' 시즌2 공연

광주 남구 양림동의 역사문화공간 곳곳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공연 순수’가 오는 8월 2일 오후 7시 30분 호남신학대학교 우월순 선교사 사택 앞에서 올 들어 두 번째 공연을 연다.

'2014 지역특화문화거점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양림동의 대표적인 근대역사문화유적인 우월순 선교사 사택에서 펼치는 이번 공연은 작년에 타계한 양림동 출신의 천재 음악가 정추를 기리는 추모 음악회다.

1923년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난 정추 선생은 차이콥스키의 4대 제자로서 차이콥스키 음악원 졸업 작품으로 학교 역사상 최초 만점을 받은 ‘조국’을 작곡한 후 ‘검은 머리의 차이콥스키’란 별명을 얻었다. 또한 세계 최초의 유인우주비행선인 러시아의 보스토크 1호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가 작곡한 ‘뗏목의 노래’가 연주됐다.

하지만 1957년 북한 유학생들이 전개한 반김일성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강제송환에 직면했고 소련은 정추를 카자흐스탄으로 망명 보냈다. 정추 선생은 그 후에도 소련과 카자흐스탄을 오가며 활동했고 이어령 장관 당시 한국과 러시아 음악교류의 물꼬를 텄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추방된 고려인들을 찾아다니며 구전 가요를 1천곡 넘게 채록했고, 고려인들의 강제이주를 담은 교향곡 ‘1937년 9월 11일 스탈린’을 만드는 등 300여 편의 관현악곡과 실내악곡, 칸타타 등을 작곡했다.

카자흐스탄의 음악 교과서에는 그의 작품 60여 곡이 실렸고, 1988년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공화국 공훈 문화일꾼’ 칭호를 받았다. 북한, 러시아, 카자흐스탄, 그리고 다시 한국에 잠시 귀환할 때까지 평생 동안 드라마와 같은 여행자의 삶을 살았으며, 고향에서 말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작년 이국땅 카자흐스탄에서 영면했다.

정추 타계 1주기를 기리고자 고향 양림동에서 마련한 이번 공연의 테마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너무 그리워’.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김소월의 시 ‘가는 길’에 나오는 구절로 고향에서 잠들지 못한 영원한 디아스포라 정추를 추모하는 뜻이다.

이번 음악회는 무엇보다 지역의 젊은 문화예술인들과 정추를 기억하는 시민들이 만든 자리라서 더욱 뜻 깊다. CBS어린이 합창단, 독일에서 온 재즈뮤지션 피터 에발트, 지역 음악가들과 문인, 연극인 등이 참여해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기릴 예정이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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