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훼밀리의 원년 멤버 이박무와 이천행(우측)

"딕훼밀리는 자부심을 느끼며 힘들게 지켜낸 이름입니다. 10년 전 팀을 재건한 것도 과거의 인기와 명성을 누리겠다는 것보다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컸죠."

1970년대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그룹 딕훼밀리의 원년 멤버 이박무(73)와 이천행(69)은 과거 활동했던 시절의 사진을 한 장씩 넘겨보며 이렇게 말했다.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은 앳된 얼굴의 청년이었다.

딕훼밀리는 1974년 1집으로 데뷔해 1976년 2집까지 내면서 '나는 못난이'와 '흰 구름 먹구름', '또 만나요', '작별' 등을 히트시켰다.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또 만나요), '해도 잠든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소근대는 너와 나를 흉보는가봐~'(나는 못난이)

이들의 노래는 '건전 가요'로 지목될 정도로 순수한 노랫말에 친근한 멜로디가 특징이었다. 당시 외래어를 배척하는 정부의 언어순화 정책 탓에 이름을 바꿔 '서생원가족'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팀이 해체되면서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1집의 멤버 7명(리더 서성원·이박무·이천행·피터(본명 김후락)·박수호·문옥·김지성) 중 이천행과 이박무를 제외하고는 이후 음악의 길을 걷는 멤버가 없었다. 서성원은 미국, 김지성은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박수호는 자영업, 피터는 사업, 문옥은 주부로 다른 삶을 살았다.

2004년 이박무와 이천행은 가요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던 딕훼밀리를 재건했다. 황성택 등 새로운 멤버 셋을 더해 딕훼밀리로 앨범을 내고 KBS '콘서트 7080' 등 방송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금은 4인조로 활동 중이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박무와 이천행은 "딕훼밀리란 이름으로 돈을 벌기보다 명맥을 잇고 싶어 둘이 뜻을 모았다"며 "그룹을 재건해 10년간 활동을 지속하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된 것도 아니지만 팀을 지켜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달 당혹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역시 원년 멤버 중 한 명인 피터가 홍수진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멤버 5명을 더해 같은 팀명으로 앨범을 낸 것이다.

최근에는 한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에서 딕훼밀리를 섭외하면서 두 딕훼밀리에 모두 출연 관련 전화를 거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딕훼밀리 1집 재킷

 

10년 전 재결성해 활동 중인 딕훼밀리

 

현재 딕훼밀리의 상표권과 서비스표권은 이박무와 이천행, 황성택에게 있다. 지난 2012년 상표권과 서비스표권을 등록하게 된 배경도 사연이 있다.

당시 지인의 귀띔으로 그룹과 관계없는 한 사람이 '딕훼밀리'를 상표권 등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천행은 "팀과 전혀 관계없는 우모 씨가 상표권 등록 신청을 한 사실을 알았다"며 "부랴부랴 자료를 챙겨 특허청에 심사를 요청했는데 다행히 앞선 신청으로 상표권이 출원되지 않은 상태여서 등록할 수 있었다. 그룹 이름이 타인에게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딕훼밀리는 언더그라운드에서 결성 당시부터 멤버 부침이 심했다. 자리를 잡기 어렵자 리더 서성원이 이박무에게 팀을 제대로 꾸려보자고 했고, 청량리 대왕코너 타임나이트클럽에서 2년간 공연하던 7명이 1집을 냈다. 2집 때도 1집의 멤버 서성원, 이박무, 이천행, 피터를 중심으로 서상열, 고(故) 문종률이 합류해 6인조로 앨범을 냈다.

해체 전까지도 멤버가 들고 났다. 지금껏 미사리 등 라이브 업소에서 딕훼밀리란 이름을 내걸고 노래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잠깐 몸담은 멤버가 많아서다.

이박무는 "수십 명의 후배들이 먹고사는 문제라고 여겨 왈가왈부하지 않았다"며 "단지 우리가 지금까지 그룹을 지켜온 게 중요하다는 생각뿐"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전 재결성 때 합류한 멤버이자 매니저 역할도 하는 황성택은 "그룹을 살리고자 한 두 분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봤다"며 "방송사에서도 딕훼밀리라고 하면 어떤 팀을 섭외해야 할지 헷갈리더라. 실제 며칠 전 그런 일이 발생했는데 이런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천행은 "이박무 형님과 내가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무대에 서면 젊은 날의 마음"이라며 "건강을 잘 지켜 오래도록 노래하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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