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이 여름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그야말로 관객들을 쓸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충무로 '대세남' 하정우와 '꽃미남 스타' 강동원이라는 '필승카드'를 내건 '군도: 민란의 시대'는 '명량'이 만들어낸 예상 밖의 흥행 회오리에 빠지며 하루 20만 명 언저리에서 횡보하고 있다.

경쟁작을 단박에 물리치는 '명량'의 파죽지세에, 일각에서는 '명량'이 올해 첫 1천만 영화가 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 '명량' 거듭하는 신기록 행진

개봉 첫날 68만 명을 동원하며 '군도'가 세운 역대 개봉일 최다 관객 수 기록(55만 명)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보유한 평일 최다 관객 수 기록(67만 명)을 갈아치우며 시작한 '명량'은 이튿날 70만 명을 끌어모으며 전날 자신이 세운 평일 최다 관객 수 기록을 다시 썼다.

또, '군도'(2014), '설국열차'(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트랜스포머 3'(2011)가 공동 보유한 역대 최단 기간 200만 돌파와 300만 돌파 기록도 각각 하루씩 앞당겼다.

특히 개봉 나흘째인 토요일에는 약 123만 명을 끌어모으며 '트랜스포머 3'가 세운 역대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95만 6천500명)을 다시 쓰며 처음으로 일일 1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 묵직한 드라마+통쾌한 해전 '통했다'

'명량'은 조선 중기의 일대 사건 임진왜란(1592~1598년)을 배경으로 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영화는 백의종군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부임한 이순신이 12척 배로 300여 척 적선을 궤멸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순신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바탕으로 했기에 드라마 전개가 느리고 극의 톤도 무겁다. 그러나 장장 1시간에 이르는 '해전'은 이 같은 전반부의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낸다.

구루지마(류승룡)와 이순신이 벌이는 심리전, 화포를 이용한 조선군과 왜군의 대결, 육박전 등 다채로운 전투기술이 선상에서 펼쳐진다. 생동감 있는 전투장면은 화려한 미술과 웅장한 음악, 속도감 있는 촬영이 더해지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해상 전투신이 나오다니, 압권"(다음 bunn), "전쟁영화를 보며 울컥한 것은 처음. 성웅 이순신과 인간 이순신을 보았다"(네이버 cuy0) 등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 이순신의 리더십도 흥행에 한 몫

이순신의 리더십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모진 고문을 당한 후 나라가 다시 누란의 위기에 놓이자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부임하면서 시작한다.

그의 곁에 이제는 용맹한 장수도 거북선도 없다. 오로지 배 12척과 싸우기도 전에 도망칠 궁리만 하는 나약한 병사들만 남아있을 뿐이다. 불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병사들의 탈영은 물론 순신에 대한 암살기도까지 발생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내우외환에 빠진 조선군이 이순신의 리더십을 통해 적들을 무찌르는 과정을 조명한다. 12척의 배로 330여 척의 적선을 무너뜨리는 한 천재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만, 동시에 이순신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재미보다는 위대한 분을 향한 존경스러운 영화", "정말 멋지고 훌륭한 위인 이순신 장군", "요즘은 왜 이런 분이 안계시나" 등 이순신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 우려에서 환호로

결과적으로 흥행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명량'의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아니었다.

김한민 감독은 시작부터 이순신 정신을 캐릭터뿐 아니라 전투 그 자체를 담고자 했다. 기존 화술로는 펼쳐내기 어려웠고, 규모도 화법도 투자자들에겐 생소했다.

이 때문에 영화 제작이 본격화하기 전인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명량' 프로젝트는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700만 명을 돌파한 전작 "'최종병기 활'(2011)이 없었다면 '명량'은 어림도 없는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했다.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는다"라는 지적이 잇달았지만, 김 감독은 "해전까지 가야 비로소 완성되는 캐릭터"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끈기있게 밀어붙였다.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많았고, 음향을 수정하는 작업 등 재작업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후반작업에만 1년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변의 우려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면서 개봉과 함께 일소됐다.

투자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의 윤인호 팀장은 "관객 수가 어리둥절할 정도다. 그런 숫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관객 수를 예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일단 손익분기점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 정도다.

 

◇ 올해 첫 1천만 관객 돌파할까?

날마다 흥행기록을 세울 정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현재의 추세라면 1천만 관객 돌파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작품에 대한 입소문이 늘어나고, 평점도 8.9점(네이버)으로, 경쟁작인 '군도'(7.4점)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8.7점)보다 높다.

또, 상영관 확보의 주요 잣대 중 하나인 좌석점유율도 87.6%로, '군도'(58.1%),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57.6%) 등을 웃도는 압도적인 1위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배급망을 갖춘 CJ 엔터테인먼트가 영화를 배급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본격적인 휴가철이라는 '성수기'를 개봉 시기로 잡은 게 가장 큰 호재다.

실제로 '명량'이 개봉한 지난달 30일부터 8월2일까지 박스오피스 10위까지의 관객은 544만 2천126명을 동원했다.

이는 전주 같은 기간인 7월23일~26일 342만 6천773명을 동원한 것에 비춰 200만 명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다만, 오는 6일 개봉하는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흥행 여부가 1천만 동원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가 교훈적이고, 역사를 다루고 있어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보기에 부담이 없다"며 "CJ의 배급과 마케팅 능력에 비춰 1천만 돌파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CJ의 윤 팀장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초반 기세가 대단했지만 천만을 넘지 못했고, 경쟁작인 '해적'과 '해무'가 기다리고 있어 1천만 돌파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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