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 휘몰아친 '명량' 돌풍 때문에 다른 영화들이 울상을 짓고있다.

특히 올여름 성수기 시장을 놓고 벌이는 4대 투자배급사의 대회전에서 '명량'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아직 영화를 개봉하지 않은 배급사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6일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명량'은 전날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는 평일과 일일 최다 관객 기록을 포함해 200만~600만까지 역대 최단 기간 기록을 모두 갈아엎었다.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이다 보니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의 흥행은 투자배급사의 예상마저 크게 웃돌았다.

일각에서는 1천만 관객은 물론, '괴물'이 보유한 한국영화 최다 관객 기록(1천301만 명)과 '아바타'의 역대 최다 관객 기록(1천362만 명)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은 "지금의 속도라면 사상 최초로 1천500만 관객 돌파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천500만 관객이면 중복 관람이 있을 수 있지만 대략 전 국민의 30%가 '명량'을 본다는 얘기다.

 

이 같은 파죽지세에 롯데·NEW·쇼박스 등 나머지 배급사들은 '명량'의 흥행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롯데), '해무'(NEW), '군도: 민란의 시대'(쇼박스)가 성수기를 노리고 모두 100억 원대의 거액을 투입한 대작이라 성적이 좋지 않으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6일 개봉한 '해적'을 투자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가장 긴장한 상태다. 아직 예기가 꺾이지 않은 '명량'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남일·손예진·유해진 등 '해적'의 출연진들은 지난 1~3일 주말 사흘간 부산과 대구지역의 극장을 돌며 무대 인사를 진행했다. 태풍 나크리가 남부지방을 강타해 궂은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서였다. 오는 9~10일 주말에는 서울 24개 극장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군불 때기'에도 좀처럼 흥행 열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해적'의 예매점유율은 12%에 불과해. 70%에 육박하는 '명량'에 크게 뒤지는 판세다. '해적'의 총제작비는 160억~170억 원이며 손익분기점은 500만 명 정도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명량'의 파괴력이 이 정도일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동반 흥행했던 2009년의 쌍끌이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입소문이 나야 하는 영화여서 처음부터 '명량'을 압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2등 전략으로 나갈 예정"이라며 "추석까지 바라보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해무'는 일주일 가량 개봉 시간이 남아있지만, 이순신 열풍이 다음 주까지 지속할지 몰라 속만 태우고 있다.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100억 정도며 손익분기점은 300만 명이다.

'해무' 측 관계자는 "'명량'이 경이적인 기록을 양산하고 있지만, 1천만 명이 넘으면 기세가 아무래도 누그러질 것"이라며 "'해무'는 스릴러로서의 장점이 큰 영화다. '명량'과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쇼박스의 '군도'는 '명량'의 유탄에 맞아 휘청대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 하정우와 강동원이라는 필승카드까지 갖춰 애초 올해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영화다.

손익분기점인 450만~500만 명에는 이를 것으로 관측되지만, 영화계의 드높은 기대에 비하면 500만 명 안팎의 관객은 조촐한 성적인 셈이다. 개봉 2주차에도 부산과 대구로 무대 인사를 돌았지만, 현재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한편, '명량'의 인기 속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재연되고 있으나 롯데·쇼박스 ·뉴 등의 경쟁사들이 대부분 독과점의 수혜를 입어온 쪽이라 '명량'의 독점에 쓴소리도 하지 못하고 가슴만 태우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명량'의 스크린 점유율은 31.8%~39.8%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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