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로, 소방관인 내가 느끼는 가을은 화재에 취약한 본격적인 화재기로 들어가는 출발점이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계절 중 하나이다.
날씨가 화창하고 더운 여름을 지나 시민들의 외출이 잦아지면서 부재중 생기는 화재예방에 대한 부주의로 인한 화재발생과 단풍구경 등 가을 산행으로 인한 화재가 빈번한 시기이다.
가을철에 건조하고 적당한 바람이 불어 담배꽁초 화재가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이 발생한다. 담뱃불은 불씨는 작지만 그래서 더 위험할 수 있다. 5분에서 10분에 걸쳐 서서히 불이 붙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 삼킨 강원도 양양 산불을 비롯해 해마다 발생하는 화재 5건 가운데 1건은 담뱃불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산불로 인한 화재로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2천여건, 면적은 3만여㏊에 이른다. 이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2천여개가 들어설 수 있는 면적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산불의 상당수가 사람들이 화기물질을 갖고 산에 들어간 탓에 발생한 것이다.
산불은 대부분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한 실수로 발생한다. 그리고 한번 발생한 산불은 그동안 애써 가꿔 놓은 울창한 숲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다. 오랫동안 가꿔 놓은 숲을 태우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 숲을 다시 제 모습으로 되돌리려면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0대 중학생들의 불장난으로 발생한 산불로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00여명의 이재민과 함께 79㏊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불은 도심과 인접한 야산에서 발생한데다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을 타고 주택가를 덮쳐 주택과 상가건물 등 89채가 전소되었고 재산피해도 수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사소한 불장난이 최악의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쓰라린 교훈을 준 산불이다. 지금도 그날의 처참했던 상처는 군데군데 고스란히 남아 산불의 무서움을 일깨우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최근 10년간(2004~2013) 산불화재 통계를 보면 연평균 389건 발생, 산림 776㏊ 피해를 입었고 2013년도에는 296건 발생, 산림 552㏊ 피해가 발생해 다소 감소했으나 봄철(3~4월)에 발생건수의 61%(182건), 면적의 92%(506㏊)가 집중됐다. 주요 발생원인은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 40%(118건), 입산자 실화 31%(91건)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면 사람이나 차량의 가을나들이가 늘어난다. 산림 내에서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나 취사행위가 하나의 불씨가 돼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고 농사철로 접어들면서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께서 산림과 가까운 논·밭두렁이나 농업부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산으로 옮겨 붙어 산불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방제에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거미같은 천적이 제거된다. 또한 논·밭두렁 태우기는 산불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이처럼 작은 부주의가 최악의 재난을 몰고 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산불발생의 소지가 있는 각종 소각행위, 화기취급행위, 담뱃불 등 산불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철저한 예방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진성·전남 나주소방서 현장대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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