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5.18마스터플랜' 구상…시민단체 인권공원 등 제안
어린이·청소년 공원 조성 의견도…서구, 주민복지 향상 기대

"공원녹지 확보·5.18사적지 활용 고려 방안" 의견 대다수  ↑
전문가 “지자체 주도적 역할로 특정 이해관계 영향 없애야"

 

▲ 광주광역시와 국방부가 이달 초 과거 역사의 애환이 깃든 광주시 서구 화정3동 일대 옛 국군광주병원 등 24만5천㎡의 양여 및 교환계약을 최종 체결해 시민들 사이에서 다양한 활용방안이 제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광역시와 국방부는 이달 9일 과거 역사의 애환이 깃든 광주시 서구 화정3동 일대 옛 국군광주병원 등 24만5천㎡의 양여 및 교환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병원부지와 기무부대 부지가 광주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도심속 대규모 녹지공간이 조성된 두 곳은 5·18광주민주화운동과도 연관깊어 5.18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과연 이 부지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광주시민의 애환이 서려진 장소=옛 국군광주병원은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국군통합병원으로 불렸다.

계엄사에 연행돼 심문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을 당한 시민들이 끌려와 강제 치료를 받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광주 국군통합병원에서의 진료기록은 한 때는 폭도나 불순분자로 매도돼었고 나중에는 5·18피해자로 민주유공자로 인정받아 보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번 계약은 지난 2월24일 국방부와 광주시가 협약을 체결했던 사안으로 기획재정부 국유지 양여 승인과 함께 교환계약도 동시에 체결됐다.

이는 지난 1994년 상무대가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고, 2005년 국군광주병원은 함평, 2007년 기무부대는 31사단으로 각각 옮겨가는 등 도심지 국방시설의 이전으로 장기간 비어있는 국유지 관리 및 유휴재산 활용에 어려움을 겪던 국방부와 5·18민주화 기념사업에 필요한 5·18사적지 양여가 필요했던 광주시의 요구가 맞아 떨어져 이뤄졌다.

이번에 양여받은 국유재산은 옛 국군광주병원과 옛 기무부대 부지 6만2천719㎡ 155억여 원과 부지 내 건물 등 5억여원 등 총 160억원 상당이다. 교환하는 재산은 마륵·중앙공원 등 국유지 18만2천639㎡(239억원)와 서창동 소재 시유지 17만870㎡(137억원)로 교환차액 102억원은 5년간 분할해 납부할 계획이다.

◇부지 활용 기대감 커져=옛 국군통합병원 부지는 지난 2007년부터 국군통합병원이 전남 함평으로, 국정원은 광산구로 이전 후 7년 간 비어있었다.

하지만, 국방부 소유 부지라는 이유로 그동안 시에서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관리소홀에 따른 쓰레기 투기, 철재의 도난, 화재로 인한 건물소실 등 사적지 훼손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또 잡초와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방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모기와 지네 등 해충이 들끓고, 뱀까지 주택에 출몰하는 등 인근 주민들을 불안케 했다. 

이처럼 7년간 애물단지였던 통합병원 부지가 광주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시민들과 인근 주민들은 활용방안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광주시 '5.18마스터플랜' 구상=통합병원 부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광주시는 계약체결 완료에 따라 부지 활용 방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시는 용역을 통해 활용 방향과 세부사업 방안 마련을 검토중이다. 또 공청회 등을 개최해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통합병원 부지 활용방안 밑거름은 내년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광주시의 구상은 보존과 교육 휴식 기능을 겸비한 ‘5·18 마스터플랜’이다. 통합병원 및 기무부대 부지가 5.18 사적지임을 고려했다.

광주시 인권담당관실 관계자는 “옛 국군통합병원 부지와 기무부대는 5·18 사적지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때 큰 의미를 갖는다”며 “이에 따라 용역 선정부터 시민과 5·18단체의 공청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이 돼야 구체적인 사안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용방안 다양=통합병원 활용방안은 진즉부터 지역사회에서 논의됐다.

올해 3월 광주시와 국방부간의 국공유지 양여·교환협약’이 체결되자 광주시의회는 ‘옛 기무부대와 국군광주병원의 공원화,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병원부지에 광주트라우마센터를 포괄하는 인권병원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인권병원이 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정치적 불의에 의해 고문을 당하거나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설립된 이 병원은 몬티피오리 메디컬센터의 내과수련의와 북중앙브롱크스병원의 이동병원, 세계의사회의 공동지원을 받고 있다.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국군통합병원 터의 숲을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5·18 생존자들이 트라우마나 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 인권병원 설립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라우마센터 등 인권병원 설립은 5·18기념재단과 민주화 운동 3단체(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후식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예전부터 시에다가 현재 있는 광주 트라우마센터가 비좁아 운영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주장했다”며 “이 외에도 기존 부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역사적인 것들을 시민에게 알리고, 공원으로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원 조성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 어린이·청소년친화도시추진협의회(상임대표 안평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원이 여기에 함께 들어선다면 과거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한데 어우러져 자연스레 역사와 미래를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두 부지에 공원 녹지 기능과 인권병원 설립 방안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 국제공모전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구 주민 복지 향상 기대=광주 서구는 통합병원 등이 관내에 위치한 관계로 부지 활용방안이 주민 복지 향상 등 서구발전의 한 축으로 작용하길 바라고 있다.

서구청 공원 녹지과 관계자는 “쌍촌동과 화정동 일대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미술관, 노인복지관, 청소년 수련시설 등이 부족하다”며 “공원조성계획에 관련해 서구청에서 논의할 시간이 오면 관련부서와 의견을 수립해 적극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 옛 국군광주병원 건물.
서구 화정 3동 박춘복 주민 자치위원장은 “옛 국군통합병원 부지로 화정 3동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비롯해 학교, 공공기관의 직장인들이 무리 없이 산책할 수 있는 쉼터가 되길 바란다”며 “무작정 건강기구만 있는 공원이 아닌 주민들이 참여하고 가꿀 수 있게 조화로운 공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통합병원 활용방안 밑거름이 나올 때 각 단체 등의 특성에 따라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에 충분하고 심도있는 민·관 공동논의를 통해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주시가 부지 개발 로드맵을 갖고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통합병원 부지 등이 사회적 공유자본으로서 도시를 살리는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범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예산이 확보된 시점에서야 행정적인 계획을 수립한다면 그 사이에 의미있는 땅들마저 그 비전과 방향을 상실한다"면서 "또 특정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치거나 어설픈 계획 설계를 통해 만족스럽지 못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사)푸른길 상임이사이기도 한 조 교수는 이어 "통합병원 및 기무부대 이전부지는 사회적 공유자본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선 초기부터 전략적인 도시공원 확보방안, 조성방향, 디자인, 주민참여 방안을 모색하는 주도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며 광주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한얼 기자 khu@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