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아름다운 컨벤션’에서는 광산구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주최·주관한 ‘제2회 고려인가족 합동결혼식’이 열려 고려인 부부 10쌍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김한얼 기자 khu@namdonews.com

광주 고려인마을 부부 10쌍 합동 결혼 '눈길'
지역사회 도움…20년만에 면사포 등 사연 다양

“함박눈이 마치 우리를 축복하는 꽃가루 같아요”

경제적 여건으로 결혼식을 미처 올리지 못한 고려인 마을 부부 10쌍이 지역사회의 따뜻한 성원 덕에 2일 백년가약을 맺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후 2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아름다운컨벤션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그동안 낯선 한국 땅에 정착한 후 고생한 기억들이 스쳤던 탓일까.

본격적인 결혼식에 앞서 이날의 주인공 가운데 한명인 신부 김 나탈리야 (42)씨의 갈색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김씨는 3년 전 아버지·어머니, 동생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

고려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배타적인 시선과 사회적 편견이 김씨의 경제활동을 가로막았다. 

김씨는 고국서 만난 김 베체슬라브 (Kim Vecheslav·45)씨를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경제적인 여건상 20년 넘게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500만원이 넘는 결혼비용은 이들 부부에게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큰 액수였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의 늦깎이 결혼식은 20여년만에 이뤄졌다.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광주 광산구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등 지역사회가 나서 합동 결혼식을 주최하게 되면서다.

김씨 부부 이외에도 9년 동안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동갑내기 커플 손 베체슬라브(33)와 리가이 나탈리야(33)씨, 지인의 소개로 첫눈의 반한 강승표(48)씨와 박나리(36)씨 등도 특별한 결혼식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합동 결혼식은 박락진 광산구 부구청장의 주례와 민형배 광산구청장 등의 축사로 오후 2시부터 1시간동안 진행됐다.

축하무대는 고려인마을 ‘아리랑 가무단’이 우즈벡 전통 춤과 아이들의 율동으로 꾸며지며 하객들 사이 웃음꽃이 피어나왔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신랑 비가이 알렉산드르(45)씨는 “한국에 와서 사정상 결혼식을 치르지 못해서 부인에게 항상 미안했었다”며 “그래도 이렇게라도 결혼식을 치르게 돼서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고 9살 된 아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경제 형편상 결혼식도 없이 가정을 이뤄 살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나며 광산구청에 도움을 요청한 바 마침내 일정이 잡히고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갖게 되었다"며 각 지역사회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합동결혼식을 위해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결혼식과 신혼여행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한편 10쌍의 부부에게 세탁기 한 대씩을 선물했다. 침구업체인 ‘운현궁’에서도 혼수이불세트를 증정해 훈훈함을 더했다.
/김한얼 기자 kh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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