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만 '300억 투자'…하루 평균 환자는 고작 20명 수준
광주시 적자보전 논란만 야기…병원측"진료과목 확대만이 해법"

 

▲ 지역 최대 재활병원인 광주 본촌동 호남권역 재활병원이 태생적 한계와 수십억원에 이르는 적자, 행·재정적 지원 문제 등으로 사실상 식물병원으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광주광역시 제공

지역 최대 재활병원인 광주 본촌동 호남권역 재활병원이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적자와 함께 이를 타계할 수 있는 행·재정적 지원이 모두 막혀 사실상 식물병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호남권역 재활병원을 조명해봤다.

◇시작은 창대한데…= 지난해 문을 연 호남권역 재활병원은 북구 본촌동에 사업비 300억 원(국비 135억원, 시비 165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부지면적 1만6천㎡, 연건축면적 1만7천㎡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에 156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또 언어치료실, 소아작업치료실, 소아물리치료실, 물리치료실, 심폐재활실, 스포츠센터 등도 갖췄다.

호남권 유일의 공공 재활 전문치료기관으로 2005년 12월 제시된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에 따라 경기, 영남, 강원, 충청권역에 이어 5번째로 건립됐다.

타 권역 재활병원과는 달리 뇌 신경질환, 척수손상, 근골격계 질환 등의 환자를 대상으로 양·한방 협진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질병과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의료도 가능하며 의료 재활이 필요한 장애인과 잠재적 장애유발 질환 등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와 진단도 받을 수 있다.

당시 지역에서는 재활병원 개원으로 호남권에 거주하는 장애인 28만여 명이 다양한 재활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기대했다.

수탁기관으로 선정된 조선대학교 병원은 178억 원 상당의 의료장비와 180명의 전문 의료인력 등을 지원한다.

◇1년만에 무너진 지역 거점 재활센터= 그러나 조선대병원은 개원 1년만인 올 3월 재정적자로 운영 포기를 검토했다.

당시 조선대 측은 “재활병원은 현행 진료 체계상 구조적으로 자립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태일뿐만 아니라 대학 측에서도 적자를 메워주면서까지 더 투자할 여력이 없는 만큼 운영 포기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권역재활병원의 운영 포기는 행정기관과 병원측의 부실한 협력체제에 따른 경영부진이 일차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는 접근성이 취약한 곳에 설계하는 등 기획, 추진과정의 부실한 점검과 당초 17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조선대 병원이 34억원만 투자, 첨단의료시설을 갖추지 못해 개원직후부터 부실한 운영이 예견돼 왔다.

지하 1층·지상 4층 156병상 규모이지만 입원환자는 7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하루 평균 20명이 고작이었다.

 

▲ 호남권역 재활병원 내부

◇'광주시 적자보존' 논란의 시작=이에 따라 민선 6기 광주시는 지난달부터 재활병원 적자 보존을 언급했다.

하지만 언급시작과 함께 수탁 특혜 의혹과 과다 지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자문단 회의를 통해 이 병원의 원스톱 재활치료가 가능하도록 시설을 리모델링 하고 이후 1년 또는 1년6개월동안 운영비 적자 전액을 보전해주기로 잠정 결정했다. 또 10년인 위·수탁기간은 5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적자 운영비 보전 시점은 2014년 올해 발생한 적자부터 보전해주기로 결정하고, 법적인 검토를 의뢰한 상태다.

호남권역 재활병원은 지난해 전체 156병상 가운데 75병상만 운영되는 등 반쪽 운영에 그쳐 2013년 한 해에만 운영적자가 13억 원에 이르고 2014년 들어서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9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시의 방침이 확정되면 올해 발생한 적자 전액인 9억원을 시에서 모두 지원해야 했다.

또 적자 보전시점이 시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이후가 아니라 올해 1월1일부터로 설정한데 대해 소급지원 논란도 제기됐다.

이로 인해 광주지역 의료계 일각에서는 시와 조선대 병원측이 맺은 호남권역재활병원 운영 협약이 지원불가에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재공고를 통해 위탁병원 재선정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호남권역재활병원(이하 호남재활병원)의 적자액을 광주시가 보전하는 방안이 광주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내년도 광주시 예산안 심의를 통해 호남재활병원 적자 보전 예산 10억 원을 전액 삭감키로 최종 결정했다.

“적자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조선대병원이 이렇다할 자구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시비로 적자를 보전해주는 건 ‘특혜’가 될 수 있다”는 게 시의회의 판단이다.

앞서 상임의 심의에서도 같은 이유로 호남재활병원 적자 보전 예산은 전액이 삭감됐다.

시의회가 조선대병원에 대한 시비 지원을 막으면서 이제 관심은 조선대병원의 대응이다.

“적자 보전 없인 운영을 못 한다”는 일관된 입장으로 의회의 결정을 지켜보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조선대병원이 조만간 포기 선언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조선대병원 측은 “애초부터 불공정한 협약으로 피해를 입었고, 광주시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제시한 것이 적자 보전이다”며 “적자 보전을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병원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시의회까지 예산을 삭감해 너무나 답답하다”며 “광주시에선 내년 정리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남아있다고 했지만, 이것마저 불확실해 고민이 크다. 조만간 내부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꽉 막힌 병원운영, 해법은= 이에 따라 재활병원 측은 법 개정 등을 통해 재활병원 진료과목을 확대해 줄 것으로 건의하고 있다.

병원 규모는 종합병원 수준이지만, 진료과목이 재활의학과로 한정돼 지역 내 수요로는 병원운영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재활의학과 특성상 수술이 전혀 없는데다 약 처방 등도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상 유지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병원 측은 개원당시 논의됐던 내과와 정형외과 등을 신설하면 재활의학과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감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현행 법상 재활병원은 재활의학과만 설치할 수 있다"며 "최초 수탁 당시 논의됐던 진료과목 확대가 시 적자보전 출혈을 막고 진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다"고 말했다./김영민 기자 ky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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