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성요양병원·담양펜션 화재

화재대비 기본시설 취약·지자체 점검 부실
업주들 불법·편법 난무…화마로 멍든 전남

▲ 지난 5월 전남 장성군 효사랑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환자와 간호사 등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화재는 병원 측의 관리 허술, 행정당국의 부실 점검 등이 만든 인재(人災)였다./연합뉴스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전남도는 우울한 한해를 보내야 했다.

장성 효사랑요양병원과 담양 H펜션에서 '인재'로 발생한 화재는 수 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지난 5월 28일 오전 0시 27분께 전남 장성군 효사랑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환자와 간호사 등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치매노인의 방화로 일어난 화재는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6분여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입원환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로 자력 탈출이 불가능했다.

요양병원 곳곳에 배치돼야 할 소화기는 캐비닛에 잠겨 있었고 밤이면 비상구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화재가 난 건물에는 79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으나 의사는 없고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2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특히 희생자가 몰려 있던 2층 병실에서는 34명의 환자를 간호조무사 1명이 관리한 것으로 확인돼 병원 측의 '관리 허술'이 도마 위로 올랐다.

사고 이후 요양병원의 이사장인 이모(53)씨의 불법 행위도 속속 드러났다.

이씨의 요양병원은 애초부터 의료법인 설립에 필요한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설립 후에도 운영에 필요한 면허를 임대하는 등 '사무장 병원'이었다.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급여가 줄어드는 점을 노려 같은 건물에 이중으로 병원을 설립해 서류상으로 '환자 주고받기'를 했으며 병원 직원까지 허위 입원하는 등 보험사기 정황도 밝혀졌다.

지자체의 형식적인 점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요양병원에 대해 장성보건소가 실시한  안전점검은 화재 발생 불과 일주일 전 실시됐다.

하지만 지자체는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소방 관련 항목에 모두 '이상 없다'고 허위로 점검표를 작성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되면서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지난 달 발생한 담양 H펜션 화재도 '안전불감증' 불러일으킨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11월 15일 9시 45분께 전남 담양군 대덕면 H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 나 고기를 구워먹던 대학생 등 5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날 화재는 담양의 패러글라이딩 훈련장에서 연습을 마친 동아리회원들이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과정에서 불티가 억새 지붕으로 튀면서 발생했다.

특히 펜션의 구조는 화재에 취약했던 구조였다.

화재가 발생한 바비큐장의 바닥은 나무재질이었고 벽 역시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그러나 소화기 등 기본적인 화재대비 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화(火)를 키웠다.

불법도 난무했다.

화재가 발생한 바비큐장은 지자체의 건축물 대장에 기재되지 않은 불법 시설물이었다.

또 펜션 일부 건축물은 국유지를 불법점용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행정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특히 해당 펜션의 실소유주가 광주 한 기초의원인 최모(54)씨로 드러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였다.

펜션 주인이 아니라고 발뺌하던 최씨는 의원직을 내놓은 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장성 요양병원과 담양 펜션 화재는 업주의 관리 부실과 불법 행위, 허술한 점검,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전형적인 인재였다.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과 업주들의 철저한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한 해였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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