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마셔라' 급술 절대 안돼…판단·자제력 크게 떨어져
흡연, 뇌 자극으로 음주량 증가…'술=마약' 위험성 알아야

 

▲ 황인복 대표원장 광주 다사랑병원 대표원장은 "술은 대인관계 형성에 중요한 요소지만 중독에 빠질 위험이 아주 높다"며 "천천히 주변인들과 대화하며 즐기는 습관을 만들라"고 조언했다./다사랑 병원 제공

얼마 전 한 포털 싸이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송년 회식 참여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56%로 나타났다.

부담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것은 “과음하는 분위기”라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6%였다. 술자리 최악의 매너를 묻는 질문에는 “억지로 술을 권하는 것”을 가장 많은 사람이 뽑았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설문 조사의 내용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반증하듯 실제로 연말 연시가 되면 숙취 해소 음료의 판매가 급증하고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는 건강하게 음주하는 방법과 덜 취하게 하는 방법이 연이어 오르내린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참석하고 싶지 않은 술자리를 모두 피할 수만은 없는 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먼저 적절한 음주량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2시간동안 소주 5잔 마시면 폭음"= 세계 보건기구 (WHO)에서는 음주의 적정량을 남자는 하루 알콜 38그램, 여자는 하루 알콜 19그램 이내로 먹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 국립 알콜 연구 센터(NIAAA)에서는 남자의 경우 하루 24그램, 여자는 하루 12그램까지를 적정 음주로 명시했다.

기관에 따라 허용된 알콜의 양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20도의 소주 한 잔 (약 50ml)을 기준으로 계산해보자면 세계 보건기구 기준으로 하루 음주 허용량은 남자의 경우 소주 약 5잔, 여자의 경우 소주 약 2.5잔 이내로 마셔야 한다.

미국 국립 알콜 연구 센터 기준으로는 남자의 경우 소주 약 2잔, 여자의 경우 소주 약 1잔 정도가 절제된 음주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적절한 연구가 없지만,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알콜 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위의 기준 이상으로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실제 연말 연시 회식자리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허용된 음주량 이상을 마시기 마련이다. 음주량을 허용치 이내로 조절하는 것이 최선. 그러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때에는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마시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 터.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마실 수 있을까?

폭음은 의학적으로 2시간 내에 남자의 경우 5잔 이상, 여자의 경우 4잔 이상 마시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급하게 마신 술이 가장 위험"=또한 혈중 알콜 농도 0.08%이상인 경우 역시 폭음이 된다. 의학계에서 폭음을 따로 정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혈중 알콜 농도를 언급할 때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차리셨듯이 폭음이 기분, 기억력, 판단력과 수행 능력에 영향을 주어 더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0.05% 이상의 혈중 알콜 농도부터는 실제 운전 능력에 영향을 주어 음주 운전으로 법적인 제재를 받는 것 역시 여기에 원인이 있다. 단지 기분과 기억력, 판단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폭음의 경우 체온, 혈압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뇌졸중 및 자살 충동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쉽게 말해 죽고 사는 문제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폭음을 피하는 것이 연말 연시 지혜로운 음주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겠다.

일단은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주변 사람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중간 중간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공복에 마시는 술은 술의 흡수를 빠르게 하기 때문에 절대 빈속에 마시지 않는다. 미리 식사를 적당히 해두는 것도 좋고 안주와 곁들여 마시는 것이 좋다. 흔히 회식 때 많이 먹는 삼겹살 같은 기름진 음식은 알콜의 분해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과일이나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 두부 등을 먹는 것이 더 유리하다. 술자리 후 커피를 마시는 경우 일시적으로 술이 깨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 분들이 종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실제 술이 깨거나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착각’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실제 술이 깬 것으로 착각해서 더 음주량이 늘어나고 감당하지 못할 만큼 취하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술-담배, 둘 중 한 가지만"=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하는 것은 금물이다. 담배 속의 니코틴은 위산 과다를 부르고 위의 혈류 흐름을 방해한다. 알코올은 니코틴 흡수를 빠르게 하고 간의 해독 기능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담배 때문에 더 빨리 취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담배를 피우면 뇌의 중독 관련 부위가 자극돼 술을 더 마시게 된다.

술을 깨기 위해 일부러 토하는 사람이 있으나 술을 깨는 효과는 없이 강한 위산이 역류해 식도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술을 마시기 전 과일주스나 이온음료 등을 마셔두면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탈수나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신 후 잠자기 전에 포도당이 많이 함유된 죽이나 누룽지 등을 먹어두면 다음날 숙취를 줄 일 수 있다.

◇"두 얼굴의 술, 자제를…"= 마지막으로 꼭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술의 ‘특성’이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는 한 보고서를 통해 술의 여러 가지 역할들을 정의했다. 액체로서의 술은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칼로리 공급원으로서의 술은 음식이기도 하다. 문화적 요소로서의 술은 사회 생활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술은 무서운 두 가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술은 정신활성물질로서 기분, 판단력 등 정신의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다른 마약과 마찬가지로 술은 우리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술은 중독을 일으키는 대표 주자다. 중독 물질로서의 술은 현실을 도피하게 하고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자문>보건복지부지정 알코올전문
다사랑병원 황인복 대표원장

우리가 한 모금의 술을 넘길 때, 그것은 음식이기도 하고 갈증을 해소해 주거나 사회 생활을 잘 하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의 인간성을 변화시키고 삶을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는 강력한 물질을 삼키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리/김영민 기자 ky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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