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랑의 가위소리 미용봉사단

▲ 독거노인·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이발하는 '사랑의 가위소리 미용봉사'가 지역 내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구 매월동 배네스타 요양원 복지시설에서 봉사단원들이 활동하는 모습./광주 서구 제공

아름다운 남도 따뜻한 공동체

베테랑 미용사들의 아름다운 손길
행복 전달 순수함에 20년째 '롱런'

“사각 사각, 위잉~”

지난 16일 광주광역시 서구 매월동 배네스타 요양원에서는 다소 요란한 소리들이 작은 홀을 가득 메웠다.

15여명의 대한미용사협회 서구지회 회원들이 소외계층과 복지시설을 찾아 이발하는 ‘사랑의 가위소리 미용봉사단’의 가위질 소리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가위질은 한 시간 만에 50여명 어르신들의 머리를 깔끔하고 단정케 했다.

빠른 손놀림은 20년부터 40년 넘게 미용실을 운영중인 베테랑 회원들의 든든한 경험덕이다.

회원들은 생업을 잠시 미뤄놓고 와서 걱정이 될 듯 싶지만, 언제나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자신의 재능으로 누군가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일념 하나가 이들을 미소짓게 하는 것이다.

봉사단이 꾸려진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4년 문미영 서구지회장은 한 단체에 음식 봉사를 나섰다가 우연히 한 할머니의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머리를 보고 회원들과 의논 끝에 봉사단을 만들었다.

결국 이들은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오후 서구 관내의 복지시설 등을 찾으며 아무런 대가없이 20년째 묵묵히 가위질을 이어가고 있다.

또 회원 각자 개별적으로 8~10곳에서 봉사를 벌이고 있어, 그동안 미용봉사단의 손길을 거쳐 간 이들만 해도 수 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봉사단측은 보고 있다. 

문 지회장은 “20년간 봉사를 해왔지만, 복지시설 같은 곳은 자주 찾지 못해서 안타깝고 죄송스러울 때가 많다”며 “아름다움을 만지는 사람들이다보니 바라는 것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랑의 가위소리 봉사단은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낯선 이국땅을 밟은 이들에게 미용교육을 전수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다문화 가정 미용 교육봉사부터 경제적 여건상 결혼식을 치르지 못했던 노부부들에게 황혼 결혼식 신부화장 서비스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재능기부로 무엇보다 기뻐하는 것은 실제 서비스를 받는 이들과 단체들이다.

문 지회장은 “예전에 비해 학원이나 학교에서 진행하는 미용봉사가 많이 늘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봉사를 하는 우리에게 믿고 맡기시는 분들이 많다”며 “심지어 치매를 앓고 계신분들도 우리가 찾아오면 반기시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랑의 가위소리 봉사단은 내년 1월부터 서구청과 연계해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전할 예정이다.

50여명으로 자원봉사자와 관내 8개 복지시설을 늘려 무료로 커트와 두피관리 서비스를 진행한다. 

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에도 미용봉사단의 재능기부를 통해 관내 580여명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려 노력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김한얼 기자 kh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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