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광주 세모녀 살인사건

광주전남 7대 사건사고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화목한 가정 파멸시켜
우발적 강력범 증가세…전체 살인사건 절반 육박

지난 9월 말 광주에서 세모녀가 살해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으로 밝혀진 김씨는 피해자 권씨의 남자친구로 소원해진 관계를 풀려고 갔다가가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심지어 김씨는 권씨를 숨지게 한 뒤 사실이 발각되자 이를 본 친정어머니와 딸까지 살해했다.
경찰 조사결과 권씨의 딸은 14세 여중생이었고 친정어머니는 딸의 집에 방문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화목했던 한 가정을 파멸시킨 이 사건은 '분노조절 장애'에 신음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 김씨는 권씨와 3년 전부터 교제하는 사이로 밝혀졌다. 김씨는 사건 당일 권씨와 여자 문제로 데이트 중 다퉜고 이를 풀어볼 요량으로 왼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권씨를 찾아갔다. 

그러나 대화는 김씨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권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김씨가 화가 난 것.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그 이유에 대해 “권씨가 자신을 무시해 화가 났고 홧김에 저질렀다”라고 진술했다.

결국 순간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30대 남성은 목을 졸라 권씨를 살해했다.

‘홧김에’라는 이유로 시작된 김씨의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권씨 살해 은폐를 목적으로 마침 권씨 집을 방문한 친정어머니의 살인을 감행했다. 이어 오후 8시에는 학원수업을 마치고 귀가한 권씨의 딸 전 양까지 목 졸라 살해하는 끔찍한 일을 벌였다.

범인이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그런데 충동적으로 저지른 ‘홧김 범죄’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 8월 전남 순천에서는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이 70대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존속상해치사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 최씨는 술을 마시고 밤 늦게 귀가한 뒤,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우발적 범죄는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이 불을 질러 주민들이 대피하거나 화를 못 참고 아파트 주차장에 불을 지르는 등 다양하다.

또 지난해에는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다툼이 결국 살인사건으로 번져나갔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홧김 범죄’는 2010년 통계에 따르면 600명을 넘었고 전체 살인 건수의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홧김 범죄’에 대해 “개인의 문제로 단정 지을 수 없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느끼게 되는 좌절감이나 분노가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분출’ 될 수 있다”며 상황을 지적했다.

조선대학교 정승아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분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제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다”며 “특히 자존감이 낮은 남성이 여성에게 거부를 당했을 경우 우발적인 행동을 벌이는 경우가 전형적이기에 평소 자신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는 등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한얼 기자 khu@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