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들어간지 5년만에 조기 졸업
금호산업, 지주회사로 핵심은 '아시아나항공' 지키기
금호고속, PEF 실제투자 대비 6배 부풀려 '먹튀 논란'
아시아나항공, 자율협약 종료…막대한 자금 마련이 문제

 

금호아시아나 경영정성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사진은 금호아시아나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광주시 광천동 유스퀘어 전경./금호터미널 제공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경영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

먼저 금호타이어가 5년 만에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서 졸업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도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서 벗어났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은 채권단이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고 발표해 박삼구 회장의 품으로 다시 안길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금호고속도 사모펀드와 잡음이 없지 않지만 모태기업인 만큼 반드시 되찾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

박 회장은 올해 경영화두로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쉼 없이 노력한다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제시하며 재도약 의지를 피력했다.

지역경제계에서도 올해 금호아시아나가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펼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졸업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 안건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결과, 채권액 기준 75% 이상 승인을 얻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특히 주요 채권은행 중 산업(채권액 비중 42%), 우리(27%), 국민(4%)은행 등도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에 찬성 의견을 표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종료 후속조치로 해외법인 채권을 포함한 금호타이어의 기존 채권 상환을 2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또 채권단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주식을 매각·관리하기 위해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금호타이어 지분은 우리은행(지분율 14.1%), 산업은행(13.5%) 등 9개 채권기관이 총 42.1%를 보유하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중국 남경공장 이전 및 미국 조지아 공장 투자 등 경영 현안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주주협의회가 회사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금호고속 인수전, PEF ‘먹튀’ 논란

박삼구 회장이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을 되찾아오는데 어떤 ‘묘수’를 둘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호고속 인수전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모태기업을 되찾아오려는 그룹과 최대한 몸값을 올리려는 PEF간에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룹은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에 처하자, 2012년 8월 금호고속 지분 100%를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 사모펀드(PEF)에 넘겼다.

매각 대금은 약 3천300억원이었다. 당시 PEF의 실제 투자금액은 약 1천1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2천200억원은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반드시 찾아오겠다는 의지로 우선매수권을 보장 받았다.

우선매수권은 말 그대로 되찾아올 수 있는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받은 것이다.

그룹은 금호고속 인수전에서 최고 입찰가를 써낸 업체의 가격과 동일하게 금호고속을 먼저 인수할 수 있다. 우선매수권 보장은 2년6개월 동안이며, 오는 2월까지 유효하다.

문제는 경쟁 입찰자가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낼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매도자인 IBK·케이스톤파트너스 PEF는 최대한 몸값을 올려 받으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추정된 가격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금호고속 인수 가격이 6천억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매각 대금의 약 2배, 실제 투자금액의 거의 6배까지 뛰었다. 결국 ‘먹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2년여만에 6배의 차익을 챙기려는 PEF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그룹도 터무니없는 가격이 형성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고속의 가치를 너무 부풀린 것으로, 향후 기업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적정한 가격으로 인수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룹은 연간 보장수익률 7%와 적정한 프리미엄을 보탠 것이 금호고속의 합리적인 인수가격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계산하면 약 2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그룹 측은 인수희망자들에게 입찰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모태기업을 되찾아 오려는 이른바 ‘상도’ 차원의 양해 메시지이다. 아울러 금호고속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혼탁한 M&A를 자제해 달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고속을 매각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경영해왔다. PEF 컨소시엄이 경영을 맡겼고, 다시 되찾아올 것을 고려해 착실히 내실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한편, 금호고속은 ‘금호’라는 상표권 사용이 지난해말로 만료됐다.

그룹 이외에서 금호고속을 인수하면 사명을 바꿔야 된다는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상표권 사용을 허락하지 않으면 비싼 사용료를 지불해도 소용이 없다. 업계 1위의 ‘금호’라는 상표 없이 새로운 인수자가 호남을 중심으로 한 고속버스 사업을 영위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금호고속 매각을 놓고 현 소유주인 사모펀드와 옛 주인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갈등을 빚고 있다.

금호고속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로 금호고속 매각을 추진 중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가 금호그룹이 지정한 김성산 금호고속 현 대표이사를 해임했다.

이유는 김 대표가 금호고속 매각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는 금호그룹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고 금호그룹 역시 "김 대표가 금호고속 매각 절차를 방해한 적이 없다"며 "적법 절차를 무시한 해임 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전 향방은

채권단이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일 금호산업의 가치가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달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6.16%까지 늘렸다.

이는 박삼구 회장 5.3%,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5.1%보다 높은 지분율이다.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호반건설은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지만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없지 않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해 건설과 리조트, 터미널은 자기 사업으로 흡수하고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매각할거란 구체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팔 금호산업 지분은 50%+1주다.

호반건설이 채권단의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현재 주가로 치면 3천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란 특성을 감안하면 금호산업의 가치는 현재보다 3배 넘게 커지기 때문에 업계에선 호반건설 단독으로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금호산업 자체만으로 인수 매력이 크지 않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들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금호산업은 일단 아시아나항공 주식 30%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과 금호리조트 등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사실상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대부분의 계열사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우리나라 대형 국적 항공사란 이점과 함께 면세점과 물류, 식자재 사업까지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가지게 된다면 항공 사업과 관계된 사업적 이득과 회사 이미지 상승 등 사업 외적 이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기내에서 각종 면세 상품을 팔 수 있다. 만약 오프라인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선 기내 면세점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

최근 해외 직구가 유행하면서 항공물류 사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물류 회사들 가운데 한진그룹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항공물류가 없기 때문에 예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항공물류 진출을 고려하고 있었다.

특히 호텔업의 경우, 마일리지 연계 등 항공사업과 시너지가 큰 사업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채권단의 금호산업 지분 인수에 가장 유력한 건 박 회장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채권단이 금호산업 지분을 팔 때 제삼자가 금호산업 지분을 박삼구 회장보다 높게 써내더라도 박삼구 회장이 그 가격을 내면 금호산업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다.

이 때문에 제삼자가 박 회장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을 써내면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되찾을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는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의 가치는 대략 1조원 정도다.

박 회장이 1조원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여기에 그룹 계열사를 동원하고 싶어도 이미 핵심 계열사들이 전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어 계열사를 동원하면 결국 채권단 돈으로 사는 꼴이 돼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어 이도 여의치 않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채권단과 한가지 협의를 했다.

PF 지급보증 채무 상환의무가 발생하면 주식으로 금융기관에 제공한다는 약정을 맺었는데, 쉽게 말하면 시행사가 부도나면 주식으로 손해를 보상하겠다는 것.

다행히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을 매입한 이후 주가가 떨여져 다행이라 할 수 있다./정응래 기자 jer@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