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동의도 없이 9월에 '모창 가요제' 계획추모비·가요제 사업중인 담양군과 '갈등' 우려

광주시가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김정호 가요제'가 유가족의 동의 없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난 해부터 가수 김정호 추모비 건립과 음악회 등을 준비해 온 담양군과 일부 사업이 중복되면서 '제 2의 정율성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광주시와 북구 등에 따르면 '하얀 나비' 등으로 사랑받은 가수 김정호(1952∼1985)를 추억하는 '김정호 거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북구는 도심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김정호 거리 프로젝트를 통해 수창초등학교 후문~롯데백화점 건너편까지 약 1.3㎞를 김정호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올해나 내년 공모사업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재 그의 생가는 광주 북구 북동성당 뒷편에 보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호 거리 조성'에 앞서 광주시의원·변호사·미술인 등으로 구성된 김정호거리추진위원회는 시비 8천만원을 확보해 오는 9월 '김정호 모창 가요제'도 진행한다.

문제는 김정호의 미망인 등 유가족들의 사전 동의 없이 가요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호의 미망인은 고인이 된 남편 이름이 들어가는 음악회를 꺼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호 거리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김정호 거리 조성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으나 가요제 개최는 반대하고 계신 건 사실이다"며 "저작권 부문 문제도 있어 계속해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정호 추모 사업은 지난 해부터 담양군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정호는 담양 출신인 명창 박동실의 외손자로 외가인 담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때문에 '담양 가로수 군민연대'는 지난해 초 지역내 사회단체와 가수 김정호를 사랑하는 가수모임, 팬클럽이 참여하는 ‘가수 김정호 노래비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노래비 건립을 위해 온·오프라인 모금 운동을 하고 있으며 담양군 역시 건립 예산을 확보했다.

'가수 김정호 노래비 건립추진위'는 김정호 유가족들의 의사를 고려해 2013년 열린 세미나 때 추모비 건립에 대한 동의를 구한 상태다.

또 유가족 동의가 이뤄지면 가요제나 추모제 방식의 공연도 매년 계획하고 있다.

장광호 노래비 건립추진위원은 "광주에 김정호의 출생지가 있기 때문에 거리 조성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김정호 거리를 만들 수는 있으나 가까운 지역에서 음악회를 같이 하는 건 사전에 조율한 다음에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며 "무엇보다 김정호의 유가족들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사전 동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담양군 역시 광주시의 '김정호 거리 조성사업 및 가요제 추진'에 다소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담양군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김정호 추모비를 설립한 뒤 가요제나 추모제 방식의 공연을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며 "사회단체 등에서 김정호를 지역 문화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했는데 광주에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제 2의 정율성 생가터 진위 논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구와 남구는 정율성 생가터 진위 논란으로 13년 동안 갈등을 빚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시가 직접 유가족과 소통을 통해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담양군의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자세히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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