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색 수돗물 분수처럼...주민들 '황당'

▲ 26일 전남 나주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그린로 한 인도에서 상수관 세척작업 중에 황토색 물이 쾌쾌한 냄새와 함께 1시간 가량 분수처럼 쏟아져 나와 도로를 온통 '주황빛'으로 만들었다./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매일 생수통 날라...피부병 등 질환 우려도

관계 당국 상수관 세척 등 정상화 '안간힘'

“벌써 한 달째 생수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물 걱정을 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26일 오전 전남 나주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단지 입구에는 2리터 생수포장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흙탕 수돗물'로 인해 한달째 매일 5Kg 넘는 생수병 다발을 집안으로 옮기느라 이만저만 불편한게 아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지난해 수도권을 떠나 가족과 함께 나주로 이사온 정영권(36)씨는 “결혼 후 고민 끝에 쾌적한 거주여건 때문에 내려왔다”며 “서울에서도 수돗물을 가지고 걱정을 안 했으나 물 좋고 공기 좋다는 지역에 와서 이럴 줄은 몰랐다”고 씁쓸해했다.

같은날 오후 혁신도시 그린로에 위치한 한 인도에서는 상수관 세척작업이 진행중이었다. 그런데 상수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황토색으로 주민들이 왜 수돗물 때문에 불편한 지 잘 보여줬다.

이 황토색 물은 쾌쾌한 냄새와 함께 1시간 가량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인근 도로를 온통 ‘주황빛’으로 만들었다.

이곳을 지다가던 주민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혁신도시는 지난달 27일 각 가정 수도에서 흙탕물이 처음 나타났다. 흙탕물 사태는 관계당국의 긴급 대책 마련으로 진정되는 듯 했으나 최근 다시 흐린 물, 탁수(濁水)가 발생했다.

흐린 물 사태는 지난달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4개 아파트단지(3천100여가구)를 포함해 사실상 혁신도시 전 구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나주시는 급수관을 막고 물을 빼는 작업을 벌여 현재는 일부 구간에서만 탁도가 기준치를 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안정화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채 나오기 전에 다시 흙탕물 사태가 터졌다. 이로인해 이달 안으로 정상적인 물 공급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민들은 한 달째 관계당국에서 공급하는 생수를 매일 가져다 나르며 생활용수를 해결하고 있다. 생수 이동 불편으로 정수기 이용도 생각했지만 안심할 수 없어 포기한 주민들이 상당수다.

지금까지 공급된 생수는 40만 1천여병(2리터 기준). 1병당 1천원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4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이 불편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점이다. 당장이라도 깨끗한 수돗물을 받아보고 싶지만 기약없는 상황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학교에서 손을 씻거나 양치를 할 때 여전히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어 피부병 등이 발생할 까봐 학부모들은 노심초사다. 

나주시와 수자원공사, 혁신도시 시행 3사(LH, 광주도시공사, 전남개발공사)는 상수관로 전 구간에 대해 내시경 검사 등 근본적인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 결과에 따라 관로 전 구간 세척 등을 통해 물 공급을 정상화할 방침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지난 21일부터 혁신도시 홍보관 안에 비상대책반을 운영과 상수도관의 세척작업을 진행 중이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물공급을 정상화하는 등 주민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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