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46%↑…광주∼서울 한시간 단축…하루 절약

▲ 호남과 서울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잇는 호남 고속철도(KTX)가 지역민의 열망과 기대 속에 다음달 1일 개통 한 달째를 맞아 빠르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사진은 개통 첫 날인 지난 2일 광주송정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는 모습.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수도권 체감거리 단축 관광 '훈풍'…유통·의료 '빨대효과' 주시
'저속철' 논란 여전…연계 교통편 송정역사 개선 등 과제도 많아 

호남과 서울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잇는 호남 고속철도(KTX)가 다음달 1일로 개통 한 달째를 맞는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저속철 논란과 경부선보다 비싼 요금 등은 지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호남KTX 개통 한달, 달라진 지역민 생활상과 함께 관광 등 관련업계 반응과 풀어야 할 과제 등을 살펴봤다.

◇이용객 46%↑…"한시간 단축 하루 절약"=광주에 직장을 둔 김모(37)씨는 주말마다 서울 자택으로 향하는 이른바 ‘주말부부’인 탓에 호남 KTX 개통이 누구보다 반갑다.

신혼인 김 씨는 매주 월요일 출근을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전날 밤 광주로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김 씨는 호남 KTX 개통으로 서울 용산역에서 오전 5시 20분 첫차를 타고 출발하면 광주송정역에 오전 7시 17분에 도착할 수 있어 아내와 하루를 더 보낼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출발 전 여유도 생겼지만, 최근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퇴근 후 서울에 갔다가 다음날 아침 광주 직장에 정시 출근했다”며 “호남 KTX 개통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이어지면서 ‘일과 사랑’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이같이 만족감을 나타냈다.

호남 KTX는 개통 후 이용객 수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증가하는 등 순조롭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9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2일 호남고속철도 개통 후 27일까지 광주본부 관내 KTX 이용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 증가했다.

코레일은 장성·광주송정·광주·나주·목포역의 이용객을 조사한 결과 처음 일주일인 2일부터 8일까지는 작년 대비 36%, 둘째 주(9∼15일) 46%, 셋째 주(16∼22일) 48%, 넷째 주(23∼27일)에는 56%가 늘어나는 등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주송정역은 작년 대비 344%가 늘었다.

광주송정역의 일일 이용객 현황은 첫째 주에 8천∼1만3천명을 기록한 데 이어 넷째 주에는 9천∼1만5천명으로 늘고 있다.

목포역과 나주역 역시 이용객이 작년보다 각각 120%, 246% 증가했다.

이용객들은 서울까지 가는데 줄어든 한 시간이 사실상 하루를 절약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광·유통·의료 '빨대효과' 있었나=호남KTX 개통으로 예상된 관광과 유통, 의료 등 '생활의 혁명'은 당장 일어나지 않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있다.

구체적 영향 평가에는 최소한 1분기나 1년 이상 추이 관찰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업계는 그동안 효과 분석·예상에 분주하다.

특히 수도권과의 체감거리 단축의 영향이 관광 분야에서는 훈풍이 불고 있다.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한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여수엑스포 역의 일일 KTX 이용객 수는 개통 전 하루 6천665명보다 69.2% 증가한 1만122명을 기록했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 등에서 KTX와 연계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홍도, 흑산도 등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전남 서부권 섬 지역도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전남 곳곳의 봄축제,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개관 등 관광객 유인 요소도 연중 이어져 관광업계는 KTX 효과 극대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유통, 의료 분야에서는 민감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나, 이른바 '빨대효과'를 체감할 정도가 아니라는 진단과 함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봄 정기세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1% 감소했으며 광주 신세계백화점은 오히려 2.6% 상승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잔뜩 위축된 소비심리가 회복된 상황을 고려하면 두 곳 모두 만족할 만한 실적은 아니지만 KTX 개통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다.

광주지역 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빨대효과를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통상 매출이 높은 5월을 지나 최소 3개월은 지나야 영향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의료계도 환자 역외 유출 규모가 크지 않았던데 안도하면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도권 병원과 경쟁반열에 오른 전남대병원은 개통 후에도 90% 이상의 병실 가동률을 기록했다. 중환자실이나 분만실 등을 빼면 사실상 100%에 가깝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지역의 대학병원 관계자는 "심장, 응급, 외상 환자들은 긴급성 때문에 수도권으로 가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암 환자들의 유출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미 추진 중인 병원들 간 협력을 공고히 한다면 최소한 대규모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남 KTX 논란과 불편은 ‘현재진행형’=‘교통혁명’ 호남 KTX 개통 이후 논란과 불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개통 전부터 ‘저속철’ 논란이 일었던 서대전역 경유에 이어 최근 논산(훈련소)역이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남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8천만원을 들여 호남고속철도 논산(훈련소)역 신설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을 발주한다고 공고했다.

호남고속철도는 현재 충남 공주에서 정차한 후 논산역 정차 없이 곧바로 전북 익산으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논산시 등 해당지역에서는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는 인원만 연간 12만~13만명에다 입퇴소시 동행하는 가족까지 포함하면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만큼 훈련소와 가까운 곳에 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논산훈련소는 물론 논산·계룡지역에 밀집된 각종 국방시설까지 감안하면 이용수요가 많기 때문에 고속철 역사가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오송에서 분기되는 호남고속철도 정차역은 공주, 익산, 정읍, 광주송정에 이어 논산(훈련소)역이 들어설 경우, 최대 10분이 더 걸린다는 점이다.

현재 호남선 고속철도를 이용할 경우, 공주에서 익산까지는 15~16분 정도 소요된다.

고속철의 경우 중간에 역이 하나 새로 신설되면 5~6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호남 KTX 연계 교통편 확충과 광주송정역사 개선 등도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광주 송정역 역시 신도심인 시청까지 8km, 구도심인 충장로까지 14km 이상 떨어져 있어 광주시가 지하철과 버스 증편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KTX 막차시간까지 운행하는 심야버스를 각각 주말(상무22번)과 매일(공항1000번)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이용객은 대중교통편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송정역의 비좁은 역사, 주차난 등도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광주시는 올해 상반기 내로 코레일과 협조해 광주송정역 이용객 현황 검토를 거쳐 역사 증축을 철도시설공단과 국토교통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광주송정역사의 연면적은 4천858㎡로, 2012년 12월 완공된 3만1천747㎡ 규모의 동대구역사의 1/6 수준이다.

울산역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의 면적이다.

기존 5천여명 수준이던 광주송정역의 일일 이용객은 개통 한 달여만에 최대 1만5천명으로 늘었지만 대합실은 3층 일부인 1천15㎡뿐이며 주차도 400대만 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공단은 이에 대해 "2011년 기본 설계 당시와 현재 완공된 역사의 연면적과 대합실 면적은 변동이 없다"며 "오는 6월 대합실 옆 '호남고속철도 홍보관'(285㎡)의 한시적 운영이 종료되면 대합실 공간 추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단 측은 "광주시가 복합환승센터 추진이 지연되자 당시 공단에 역사 우선 건설을 요청해 설계 기준에 맞게 건설했다"며 "당시 KTX의 송정역 일원화와 일일 예상 수요 1만2천875명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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