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 18세...우리의 소망은

 

▲ 올해 창사 18주년을 맞은 남도일보와 동갑내기인 전남 나주고등학교 2학년 4반 학생들이 더 큰 도약과 성장을 기원하며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임문철 기자35mm@namdonews.com

전남 나주고 2학년 "친구는 동반자…돈·명예보다 삶의 질 우선"
존경하는 인물은 단연 '부모님'…기성 정치판에 따끔한 충고도

올해 창사 18년을 맞는 남도일보와 동갑내기인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 막 사춘기를 넘어선 나이지만, 장래와 미래가치에 대한 고민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참다운 지방지가 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힘차게 출발한 남도일보와 같은 해인 1997년에 태어난 전남 나주고등학교 2학년 4반 학생들과 만나봤다.
/편집자 주

◇즐거운 나이 '친구가 최고'= "친구는 나를 외롭지 않게, 힘들때 함께해 줄 수 있는 동반자입니다"
남도일보가 창사 18주년을 맞아 전남 나주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답변율을 보인 질문은 '친구의 의미'였다.

특히 집중 설문에 참여한 나주고 2학년 4반 남·여 학생 31명 전체가 '친구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답변했다.

이한웅 학생은 "친구는 힘들때 옆에서 도움을 주고, 도와주는데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라며 "대인관계에 있어 고민이 있으면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은 '친구'를 단순한 대인관계를 넘어 정서적 공감 대상으로 생각하는 답변이 많았다.

차지은(여) 학생은 "친구는 곁에 있으면 가끔 가족보다 더 큰 힘이 되고, 없으면 사는데 힘이 들 것 같은 존재"라고 답했고, 김수연(여) 학생은 "없어서는 안될 내게 힘이되는 소중한 의미"로 가치를 부여했다.

이 밖에 임용빈 학생 이외 대부분의 학생들이 친구의 의미에 대해 '평생' 또는 '항상', '편안한' 등의 수식어로 표현했다.

 

◇'돈' 보다는 '꿈꾸는 낭랑 18세'= 설문 참가학생 97%는 자신의 장래희망 달성을 위해서는 대학 진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상위 1%'에 대한 직업군에 대한 인식은 분명한 반면, 직업관은 '자유로운 자기 개발' 등 무형적인 가치에 무게를 뒀다.

다만 남학생들은 성공한 삶의 지표로 '높은 수입'을 꼽았으며, 여학생 답변자는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답변이 많았다.

김자운 학생은 "20년 뒤 장래의 모습은 부자가 돼 있을 것이다"며 "자유롭고 하고 싶은걸하고, 시간이 많은 직업을 갖을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승혁 학생은 "장래희망으로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면서 "자신의 권리가 보장되고 지인들에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소녀감성' 여학생들의 경우 직업관과 장래에 대한 구상이 남학생보다 구체적이고 섬세한 답변이 다수였다.

김수아(여) 학생은 "돈도 돈이지만 학대받는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아동심리치료사가 장래희망이다"며 "시간이 지나 결혼이후 가정이 꾸려지면 꿈을 이룬 엄마로써 살겠다"고 답변했다.

차효경(여) 학생은 최고의 직업은 변리사로 꼽았지만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했던 사람으로 지인들에게 소개되고 싶다"고 했다.

◇"꼭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하나요?"= 교육환경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현행 입시제도에 맞춘 교육시스템과 정규 교과과정과는 별도로 '개인별 소질 개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 이같은 답변에는 전부 '공부를 잘한다고 꼭 성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강현석 학생은 "고등학교에서부터 좋은 직업을 찾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나의 적성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 학생 복지와 실질적인 지원에 대한 바램도 적지 않앗다.

'학교가 꼭 해줬으면 하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상당수 학생들은 "학교 시설 확충보다는 급식비 또는 방과후 책값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권수존 학생은 "급식으로 나오는 돈까스에서 고구마를 넣지 말아달라"는 재미있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살기좋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어요"='사회에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냉정한 답변들이 눈에 띄었다.

플로리스트가 장래희망인 박소진 학생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법을 만들고, 의견을 억압적으로 막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생은 "우리 사회에 기대할 바가 없다. 우리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응답자 중 10%는 현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세월호 사건으로 '수학여행 중단'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는 답변도 많았다.

안타까운 점은 어지러운 정치 환경과 반복되는 사회 불합리 속에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고등학생들의 시각 역시 냉소적이다는 점이다.

'존경하는 인물' 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부모' 이외 비중있는 답변은 없었다.

예전과 달리 사회 저명인사 또는 역사위인 등을 '인생 롤 모델'로 보지 않았으며, 설문 답변학생 가운데 단 두명만 국내·외 정치인 및 학자의 이름을 거론했다. '존경의 이유'로는 돈보다 명예, 사회발전에 이바지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학교 스승에 대한 연대감도 크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답변자 가운데 30%만 '존경하는 스승의 이름'을 언급하고, 현재 재학중인 학교보다는 초등학교 또는 외부 강사에 대한 좋은 기억을 표시했다.

그러나 평소 연락 정도는 연 평균 0.1회로, 각급 학교 졸업 이후 사실상 스승과의 관계는 단절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학생의 경우 스승의 존경과 존재의 가치에 있어 답변을 아예 하지 않거나 일부 푸념 섞인 내용을 쓰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좋은 선생님은 많았지만 존경하는 선생님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또는 "지금까지 도움을 받은 선생님이 안계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언론은 꼭 필요한 사회적 도구"= 현재 18세 고등학교 학생들은 '신문'을 정보제공 수단으로 높게 평가했다.

다만 신문의 또 다른 기능인 사회 고발 및 비평 등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않았다.

정지은(여)학생은 "정치에 대한 정보통"이라고 답변했는가 하면, 이태희 학생은 "신문은 사회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생각을 말했다.

나보배(여)학생은 신문에 대해 "현대문명 속에서 없으면 안될 존재"라고 말한 반면, 나원석 학생은 "신문은 말 그대로 신문이다"고 단순히 표현했다.

이행수 전남 나주고등학교 교장은 "나주지역이 도농복합적인 도시여서 학생들이 대도시 학생들보다 순수하고 자신의 장래에 대해 전원적인 사고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교육 수요에 맞는 다원화된 교사 네트워크 활용 등으로 지역 거점고로서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kym@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