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의 섬, 해방의 섬…365일 태극기가 펄럭이는 섬

함경도 북청, 경상도 동래와 함께 항일투쟁 가장 치열
국가서훈자 20명 배출…주민들 태극기·나라 사랑 간직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풍광…잘 알려지지 않은 보물섬

▲ 전남 완도 화흥포에서 뱃길로 50여 분 거리의 소안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작은 섬이다./전남도 제공

 
전남 완도 소안도(所安島)의 지명 유래는 임진왜란 발발 후 기존의 주민들과 각처에서 모여든 피난민들이 섬 내부의 치안질서 유지와 외부로부터의 왜적의 침략에 대항해 주민자치 방위대를 결성,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생업에 힘쓰도록 했다는 데서 편안한 곳이라는 뜻의 소안도라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은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진 작은 섬일 수 있지만 소안도의 역사는 그리 작지 않다. 한때 일간지에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내렸던 곳이 소안도다. 항일운동의 메카라 칭하는 소안도에는 치열한 역사가 스민 곳이기도 하다. 
    
▶항일의 섬, 해방의 섬=완도 화흥포항에서 보길도 가는 배를 탄다. 배는 노화도, 소안도를 거쳐 보길도가 종착지이다. 노화도·보길도·소안도는 마치 삼형제처럼 나란히 붙어있다. 노화도와 보길도가 다리로 연결되면서 보길도 가는 사람들도 노화도에서 많이 내린다.

예전엔 노화·소안·보길도가 같은 생활권으로 묶여 세 곳의 유대감도 컸다고 한다. 지금은 뱃길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완도 생활권으로 묶인다. 뱃길을 40여 분 정도 지나면 소안도다. 소안항 선착장에 내리면 커다란 비석이 ‘이섬의 정체성은 이것’이라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말한다.

여느 조용한 섬들과 비슷한 소안도에 이 비석이 없었다면 이곳이 치열했던 항일의 역사가 있었던 곳인지 어찌 알겠는가. 청정 바다나 전복과 김의 고장 등 경관이나 특산품을 내세워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현재의 트렌드에서 비껴서 있는 비석에서 어떤 고집같은 것이 느껴진다.

사실 소안도를 찾게 하는 ‘유용한’ 상품은 개매기 체험이다. 소안도는 함경도 북청, 경상도 동래와 함께 가장 치열한 항일투쟁을 전개한 3곳으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이 조그만 섬에서 1920년대 6천여 명의 주민 중 800명 이상이 일제에 의해 불령선인으로 낙인찍혔다.

소안도는 항일 운동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의 공간들이 있다. 사립 소안학교를 복원한 학교와 기념탑이다. 지금은 번듯한 기념관과 기념탑이 있지만 기억은 한 때 저편으로 밀쳐졌다. 해방 후 이념대립의 광풍 속에서 소안 사람들은 ‘항일’이라는 단어를 소각해야만 했다.

소안항일투쟁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89년 이후다. 1990년 소안면에 조그만 항일운동기념탑이 세워졌다. 소안도 주민들이 돈을 모았다. 이 때 처음으로 소안도의 항일 운동을 이끌었던 송내호 등 14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됐다. 잊기를 강요당했던 기억들이 공적 기념의 영역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허용된 기억은 반쪽짜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상 문제로 유공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보도연맹사건으로 죽임을 당한 소안도 사람들 역시 공적 영역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운동에 관여했던 송내호가 유공자로 추서될 수 있었던 것도 젊은 나이에 병사해 이념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비켜설 수 있던 탓이라고 이야기가 있다.

▲ 소안도 작은 포구.

▶섬 전체 집마다 펄럭이는 태극기 물결=배에서 내리자 태극기가 눈에 띈다. 소안항구에 들어서자 '항일의 섬, 해방의 땅 소안도'라고 써진 표지석과 태극기기 예사롭지 않다. 소안도가 '항일의 섬'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국가서훈자 20명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소안항에서부터 마을입구까지 1.3㎞구간 도로변에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더니, 섬 가정집에도 빠짐없이 태극기가 걸려있다. 이들 태국기는 1년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휘날린단다.

소안도 주민들은 태극기 사랑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항일운동의 성지라는 자부심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섬에서 살고 있는 1천349세대 모두 태극기를 게양, 태극기 물결을 이루고 있는 게 장관이다.

소안도가 '태극기 섬'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에는 완도군 심만섭 사무관의 노력이 컸다.

지난 2012년 소안면장으로 재직할 당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섬사람들의 숭고한 애국·애족정신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태극기 섬' 선포를 통해 전 국민에게 소안도의 나라사랑 이미지를 부각시키자는 취지로 태극기 걸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소안도 관광코스=당일코스:소안항일운동기념탑∼과목해변∼미라상록수림∼해돋이쉼터∼진산해수욕장∼부상리해수욕장

1박2일 코스:(당일코스)∼맹선3종항(일몰)∼부상·소진 1박(갯바위 낚시)∼과목일출∼가학산 등반

▲ 소안도 마을 안길

▶특산물=소안도 특산물은 단연 김과 전복이 꼽힌다. 이 외에도 다시마와 미역도 양식을 많이 한다.
김의 경우 144어가에서 2만8천t을 생산, 224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어 완도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소안김은 먼 바다에 김발을 설치, 보다 깨끗한 청정해역에서 양식함으로써 질감이 좋고 맛과 향이 탁월한 김으로 정평이 나있다.

전복은 290어가에서 1천670t(584억원)을 생산하고 있어 군 전체 2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섬의 특산물이 미역과 전복, 다시마인 만큼 이 곳 식당에서 이들을 재료로 한 음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소안 앞바다에서 낚시로 잡은 우럭이나 돔, 광어 등으로 끓인 매운탕이나 구이가 외지인들에게 인기다.

특히 물김을 자연산 굴과 함께 푹 끓인 김국은 소안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전날 과음을 한 섬 사람들에게 해장국으로 제격이다. 식당에서 미리 주문하면 김 국을 맛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섬 아낙의 손 맛으로 푸짐한 해산물을 소재로 지은 백반도 추전할만하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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