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등 646곳 지정…주민들 존재사실도 몰라경로당, 운영비 걱정에 냉방기 미가동 이용률 저조

▲ 광주 자치구에서 지정한 '무더위 쉼터'가 상당수 주민들이 존재조차 모르는데다 운영비 걱정에 냉방기를 가동도 하지 않은 곳도 있어 '유명무실'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오후 3시께 에어콘은 물론 선풍기도 가동하지 않고 있는 남구 월산동의 한 경로당 내부 모습./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광주 자치구 무더위 쉼터 '유명무실'
주민센터 등 646곳 지정…주민들 존재사실도 몰라
경로당, 운영비 걱정에 냉방기 미가동 이용률 저조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광주 일선 자치구가 운영중인 '무더위 쉼터' 대부분이 제 기능을 못해 '유명무실'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광주 일선 자치구에 따르면 지역내 무더위 쉼터는 모두 646곳이다. 동구 53곳, 서구 243곳, 남구 74곳, 북구 83곳, 광산구 193곳 등이 마련됐다.

각 자치구는 폭염에 대비해 노인 등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냉방시설이 설치된 동주민센터와 노인복지시설 등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주민들은 무더위 쉼터 존재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이날 오후 남도일보 확인 결과, 북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무더위 쉼터'를 찾기 힘들었다. 1층 민원실 입구에 안내문이 부착됐지만, 주민센터안에는 안내문이 없어 어느 장소가 쉼터인지를 찾을 수 없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문의했을때야 민원실 내 의자가 바로 무더위 쉼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주민센터도 마찬가지다. 민원실에 비치된 의자 자체가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한 주민센터 직원은 “별도의 공간이 아닌 의자 자체가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간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라 에어컨도 마음껏 가동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노인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더구나 주민들은 주민센터가 무더위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최모(80)할아버지는 "예전부터 수차례 다니던 주민센터와 경로당이 무더위 쉼터란 것을 (취재때문에)방금 알았다"면서 "나를 포함한 대다수 노인들이 달랑 표시만 있는 무더위 쉼터를 이용할 생각조차 못할 것"이라며 말했다.

특히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의 경우 일부만 이용하며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같은날 오후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남구 월산동 한 경로당은 24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더위를 피하고 있는 사람은 회원 3명이 전부로 무더위 쉼터라는 말이 무색했다.

경로당이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은 이용하기 힘든데다 경로당도 운영비 절감차원에서 냉방기 가동을 자제하는 게 주 이유였다.

경로당 인근에서 만난 김모(80)할머니는 “경로당 회원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들은 출입 자체가 금지됐다”면서 “경로당의 비회원들은 이용조차 못하는 무더위 쉼터가 무슨 ‘쉼터’냐”고 꼬집었다.

여기에 일률적으로 무더위 쉼터를 경로당 위주로 지정한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경로당들은 운영비 부족을 이유로 에어컨 등 냉방기 가동을 자제하면서 여름에는 다른 계절보다 노인들의 이용률이 낮다는 게 경로당 관계자들의설명이다.

서구 화정도 A경로당 회장은 "구청이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경로당 사정을 모르고 (무더위 쉼터)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전시행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선 자치구들이 무더위 쉼터에 대한 예산 등 특별한 지원은 없다”면서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미비한 점은 즉시 보완해 무더위로 인한 불편이 없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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