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고비 넘기고 필리핀으로 건너가…2010년 '자이언트'로 복귀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 '기황후' 거쳐 '용팔이'서 개성 연기

"어린 시절 내 꿈이 깡패였어요. 고등학교 때 진짜로 깡패들과 어울리며 깡패 수업도 좀 받았지. 근데 몇 개월 하다보니 내 길이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관두고 연기를 했어요. 내가 원래 누가 시키는 일은 안 하는 성격이야.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사람이 됐지. 세상이 내 맘대로 안되더라고요. 기다리는 법도 알게 됐고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느릿느릿, 느물느물 풀어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드라마 속 모습이나 눈앞에 마주 앉은 모습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보태거나 뺄 것도 없이 그냥 어젯밤 본 드라마 속에서 걸어나온 듯 자연스럽고 친근한 모습이었다.  

화제의 드라마 SBS TV 수목극 '용팔이'에서 용팔이(주원 분)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 '의리의 조폭 두목' 두철 역의 송경철(63)을 최근 경기 고양시 탄현 SBS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소싯적 '깡패수업'을 받았다는 얘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드라마 속에서 깡패나 건달 연기를 맛깔스럽게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또 1973년 MBC 6기 탤런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가 초창기 단골로 맡았던 배역은 바로 '수사반장'의 범인이었다.  

"원래 이런 외모로 배우하기 어려운데 당시 '수사반장'이라는 드라마가 있어서 MBC가 뽑아준 것 같아요. 범인 역할이 필요해서.(웃음) 범인 역은 주로 나하고 이계인 하고 나눠서 했죠."  

▲ SBS 용팔이

송경철은 30~40대 이상에게는 KBS 2TV '파랑새는 있다'(1997)의 '빡빡이 차력사' 등으로 친숙한 얼굴이지만, 그 아래 세대에게는 2010년 SBS TV '자이언트'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한'(?) 아저씨 배우로 인식되고 있다. 2002년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도망치듯 필리핀으로 가 8년의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강에서 수상스키를 타다가 큰 사고를 당했죠. 당시 사람들이 다 내가 죽었다고 했어요. 16시간 만에 깨어났지만 만신창이가 됐죠. 근데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내가 미신 같은 건 안 믿지만, 아홉수라는 거 있잖아요? 내가 마흔아홉 때 심하게 아홉수를 앓았어요. 배우로서는 1997년에 '파랑새는 있다'로 KBS연기대상 남우조연상도 받고, 그 전부터 청담동서 운영한 생고기집이 10년간 장사가 아주 잘돼 남부러울 게 없었는데 그 모든 게 하루아침에 사라지더라고요. 그런 상태에서 사고까지 당하니까 바닥을 친 거죠."

장영철 작가는 돌아가 '자이언트'를 쓰면서 송경철에게 콜을 보냈다. 그렇게 해서 송경철은 삼청교육대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주인공 이강모(이범수 분)와 함께 건실한 건설업자로 거듭나는 남영출을 연기하게 됐다. 2002년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8년 만의 컴백이었다.  

▲ SBS 자이언트

"날 기억하는 이들은 반가워했고, 날 모르는 이들은 신인 배우 나왔다고 했어요.(웃음) 세부에서는 머리를 기르고 살았는데 장 작가가 다시 빡빡이로 해달라고 해서 부랴부랴 머리카락을 다 밀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자이언트'가 히트를 치면서 송경철도 복귀에 성공을 했고, 이후 '샐러리맨 초한지' '무사 백동수' '돈의 화신' '기황후'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그는 다시 배우로 재기했다.  

"연기는 내가 제일 신나 하는 일이고 너무 좋아요.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앞에 나가 애들 웃기는 것도 좋아하고 원맨쇼도 잘했어요. 전북 부안에서 자랐는데 극장 뒷구멍으로 몰래 들어가 영화도 많이 봤고요. 연기는 내 천직이죠. 필리핀에서 계속 있었더라면 아마 거기서 배우를 했을거예요.(웃음)"

배우로 돌아온 송경철은 올해 숭실사이버대 엔터비즈니스학과에 입학해 만학도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다시 돌아오니 내가 현장에서 제일 연장자가 됐더라고요. 내 정신연령은 아직 20대인데.(웃음) 젊은 애들하고 같이 공부하니까 재미있어요. 공부하면서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뭔가 힘을 보탤 일을 찾으려고요. 연기요? 정년도 없는데 힘이 남아있는 한 계속 해야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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