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 세계 문화의 창으로…

일반에 첫 공개후 국내외 뜨거운 관심…‘아시아문화발전소’ 성공 가능성 확인

용역결과 年 방문객 160만명·경제파급효과 2조 예상…지역 경제 ‘훈풍’ 부나

편의시설 미흡·일요일 휴관·지역축제 연계 부족 등 아쉬움…콘텐츠 구축 시급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모습. /연합뉴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아시아문화발전소’로 역사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핵심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은 지난 4일 일반인 첫 개방에 나서며 국내 최대 복합문화공간의 위용을 드러냈다.

특히 부분개관에 맞춰 진행된 아시아 예술의 흐름과 가치를 조명한 다채로운 전시와 공연은 국내외 문화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아시아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할 문화전당이 본격 손님맞이에 나서면서 문화계는 물론 지역사회 안팎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 말 예정된 공식 개관을 앞두고 문화전당이 지니고 있는 사회·경제적 효과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 조명한다.

◇민주화의 성지, 아시아문화발전소로 ‘우뚝’=문화전당은 지난 2005년 12월 첫 삽을 뜬 지 10여년만에 탄생한 국내 최대 복합문화공간이다. 1980년 5월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최후까지 버텼던 옛 전남도청 자리에 자리 잡은 문화전당은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를 넘어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지상 2층~지하 4층 연면적 16만㎡ 규모로 국내 최대 위용을 자랑한다. 지난 2005년 문화전당 설계공모에 ‘빛의 숲’으로 당선된 건축가 우규승씨가 설계했으며, 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예술극장·어린이문화원·민주평화교류원 등 5개원으로 구성됐다. 주요 시설의 90%가 지하 25m를 뚫고 들어가 배치시킨 독특한 공간이다. 지하에 건설됐지만 설계의도인 ‘빛의 숲’에 걸맞게 곳곳에 설치된 70여개의 채광정을 통해 빛이 쏟아져 지상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요 5개원 가운데 민주평화교류원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는 11월경 문을 열게 되고, 나머지 4개 원은 이미 개방됐거나 향후 순차적으로 모두 공개될 방침이다. 편의시설도 단계적으로 운영된다. 소매점과 문화상품점, 식당과 카페, 아트숍이 내년 3월까지 각각 오픈된다. 공식 개관은 올해 말로 예정돼 있다.

◇첫 공개, 뜨거운 국내외 관심…가능성 확인=지난 4일 일반에 첫 공개된 문화전당에 대한 국내외 관심은 뜨거웠다. 이를 반영하듯 개관 첫날과 이튿날인 4일과 5일에만 3만여명의 관람객이 문화전당을 방문했다. 특히 20일까지 3주에 걸쳐 열린 예술극장에는 개관 페스티벌 기간 동안 1만1천여명의 관객이 다녀갔으며 ,어린이문화원도 같은 기간 7만여명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을 구입하지 않은 단순 방문객까지 감안하면 문화전당 방문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외 언론과 해외 예술계 관계자들의 방문도 잇따랐다. 지난 13일 스네자나 또도로바(Snezhana Todorova) 불가리아 기자협회장 등 기자단 일행 10여명이 문화전당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전당의 비전과 역할 등을 취재했다.지난 9일에는 아세안기자단 10여명도 아시아 문화의 창·제작과 교류의 허브가 될 문화전당을 찾아 전시·공연 프로그램 등을 취재했다.앞서 지난 7월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문화전당의 시설과 5개원의 콘텐츠 내용 등이 담긴 기사와 광고가 게재되며 해외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해외 예술계 관계자들의 전당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7~9일까지 3일 동안 아시아와 유럽, 미주 25여개국 80여명의 예술계 종사자들이 문화전당에서 국제 공연예술계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아시아문화허브·지역경제 활성화 ‘기대’=문화전당은 국내외 문화예술인들의 교류·협력을 이끌어내는 ‘아시아문화허브’의 역할을 맡게 된다. 아시아 각국의 공연과 미술 등 문화·예술 교류를 꾀하는 것도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아시아권의 다양한 문화들을 결합시켜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고 생산·유통시키는 임무도 맡는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적 브랜드 제고는 물론 지역 경제효과까지 창출해내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문화전당의 잠재적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문체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연간 방문객 수가 9월 임시 개관 이후 연말까지 83만5천명에 달하고 정식 개관 이후인 내년에는 16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사회적으로는 ▲사회통합과 다문화 이해 ▲문화매력 도시와 국가 이미지 강화 ▲아시아 국가간 협력관계 증진 등의 다양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적으로는 ▲창작·교류 활성화 ▲국가 도시 문화경쟁력 강화 등 문화전당이 지닌 콘텐츠를 바탕으로 관련 분야 대표 아이콘으로서 역할도 예상됐다.전당이 지닌 경제적 파급효과는 더욱 생생하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문화전당 투자 사업비 지출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2조936억원, 소득유발효과는 4천73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유발효과는 2만4천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8천860억원, 수입유발효과 1천721억원, 세수유발효과 1천63억원이다.

벌써부터 전당 인근에서는 미비한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문화전당이 들어선 옛 전남도청 인근 도심 상권이 모처럼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전당을 찾는 시민들이 전당 주변을 찾으며 곧 매출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인근 식당과 커피 전문점 업주들의 전언이다. 구도심으로 활기를 잃어가던 동구도 ‘전당 효과’에 호재를 부르고 있다. 동구는 향후 한달간 문화전당 인근 상권을 중심으로 나타난 경제적 효과에 대한 자체조사를 실시하는 등 도심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미흡한 편의시설 확충·일요일 휴관 등 개선돼야=공식개관에 앞서 미흡한 편의시설 확충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첫 개방 이후 문화전당을 찾은 방문객들은 안내표지판 미비, 주차공간 문제 등 관람 편의시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첫 개방이고 워낙 거대한 시설이다보니 출·입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관람객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지하철역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없었고 출·입구 안내 표지판도 부족해 전당 관계자들에게 안내를 요구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옛 광주여고에 들어설 전당 외곽 주차장 완공 및 주변 불법 주·정차 정비도 시급하다. 내년 4월까지 완공 예정이던 외곽 주차장은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준공기일이 늦춰지고 있다.

전당 외곽 주차장으로 활용될 이 곳은 전당 내·외곽 주차장의 53%에 달하는 630면(일반 566면·장애인 19면·대형버스 45면)의 주차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조성된 전당 내부 주차장은 대형버스 주차면이 전무후무하다. 전당 측은 첫 개방에 앞서 임시로 전당외곽주차장 부지에 대형버스를 주차할 수 있게 조치했으나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도로 협소 및 주변 불법 주·정차로 상당한 애로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일 휴관제 역시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문화전당은 12일 공식개관을 앞두고 전시, 공연 등 콘텐츠 확충 작업을 이유로 일요일과 월요일로 휴관일을 결정했다.

그러나 전당 방문객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요일을 휴관일로 지정하는 바람에 개관효과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콘텐츠 구축을 하더라도 관람객들의 방문이 적은 주중을 택하는 게 좋다는 대안도 제시하기도 했다.

◇콘텐츠 확충·운영 안정화·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마련 ‘중요’=문화전당이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내부 콘텐츠 확충과 조직 운영 안정화, 지역과의 소통 등이 중요시되고 있다.

국내최대복합시설인 문화전당을 채울 차별화된 콘텐츠의 확충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전당이 내세울 수 있는 ‘킬러콘텐츠’ 마련도 절실하다.

특히 지난 20일 개관 기념 페스티벌이 종료된 이후 주목할 만한 상설 콘텐츠와 후속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전당의 개관 특수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화전당 운영조직 안정화 역시 시급하다. 문화전당을 위탁 운영해야 할 아시아문화원은 오는 10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그러나 12월 공식 개관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원을 이끌 신임 원장은 아직 선임되지 않은 상태다. 전당의 콘텐츠 창·제작, 프로그램 유통 및 일부 전당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아시아문화원이 사실상 안정된 조직을 꾸리지 못한 셈이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문제도 관건이다.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 문제로 논란이 일었고 설계자인 우규승씨가 강조했던 ‘광주정신 연계’도 윤곽이 흐릿하다. 이와 함께 광주·전남의 크고 작은 축제와 연계해 ‘문화전당 알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7080충장축제, 담양대나무박람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세계김치축제가 9월부터 11월까지 지역에서 연달아 열리지만 문화전당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보완이 시급하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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