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가고 싶은 섬> 보성 장도

코끼리 유배지…지중해 닮은 여자만의 아름다운 섬

육지서 바라 본 모양 노루 같다 해 獐島

조수간만 차 심해 넓은 뻘 가진 ‘꼬막섬’

전남도 내년 ‘가고싶은 섬’ 으로 선정돼
 

아낙네들이 꼬막을 채취하고 뻘배를 이용해 부두로 돌아가고 있다./전남도 제공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택시로 20여분 거리인 장암포구에서 하루에 두번씩 운항하는 도선을 타고 남동쪽으로 30여분 물살을 가르고 가면 장도가 나온다.

여자만 깊숙하게 박혀 있는 섬 장도는 지중해와 같이 제일 크다. 면적 2.92㎢의 장도에는 615명(259호)의 섬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조선 세종 때 코끼리가 한때 살기도 했다. 류큐(오키나와) 왕국이 코끼리를 보내오자 이곳에 놓았더니 눈물을 흘리며 먹이를 먹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길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 아니라, 육지 쪽에서 바라본 섬의 형태가 노루와 비슷해 노루 장자를 써 장도라고 한다.

장도와 장암리 앞바다에는 꼬막이 자라나고 있다. 벌교 꼬막의 80%가 잡히는 ‘꼬막섬’으로도 불린다.

◆코끼리 유배 간 섬

조선 태종 11년인 1411년, 일본 무로마치 막부의 쇼균 원의지가 조선에 코끼리 한 마리를 선물했다. 태종은 이 코끼리를 귀하게 여겨 동물 사육을 담당하는 관청인 사복시에 맡겨 기르도록 했다. 문제는 코끼리의 식욕이었다. 하루에 4∼5말(한 말은 18ℓ)의 콩을 먹어 치우는 코끼리의 식욕은 조정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보성 장도 갯벌에서 아낙네들이 꼬막을 채취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그러던 중 이듬해인 1412년 12월 10일,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 공조전서를 지낸 이우가 코끼리의 모습이 추하다며 비웃고 침을 뱉자 화가 난 코끼리가 이우를 밟아 죽이고 만 것이다.

살인죄를 저지른 코끼리에 대한 재판이 벌어졌다. 죽이자는 의견과 일본에서 선물로 준 것이니 죽이는 것은 외교 관례상 맞지 않는다는 갑론을박이 일었다. 병조판서 유정현이 “사람을 죽였으니 죽이는 것이 마땅하고 많은 식량을 축내니 멀리 내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전라도 섬으로 보내 거기서 살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결국 코끼리는 1413년 11월 5일 보성 장도로 귀양을 가게 된다. 코끼리는 섬에서도 부담이었다. 가뜩이나 식량이 부족한데 거대한 코끼리까지 가세했으니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전라도 관찰사가 임금에게 장계(狀啓)를 올렸다. “코끼리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해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는 내용이었다. 코끼리는 눈물샘이 없지만 당시에는 그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딱한 사연에 태종은 코끼리를 유배에서 풀어 육지로 나오게 했다. 그렇다고 코끼리의 신세가 바뀌지는 않았다. 사육 부담에 모두 맡는 것을 꺼리는 바람에 코끼리는 전라도·경상도·충청도를 떠돌게 된다. 또 다시 유배를 보내자는 상소가 있었지만 세종이 어명으로 보호했다고 한다.

보성군이 코끼리가 유배돼 온 섬, 장도를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광자원화하기로 했다. 전남도의 내년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도 선정돼 관광자원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도는 섬의 모양이 노루를 닮았다고 해서 노루 장(獐)자를 쓴다. 벌교 꼬막의 본산지인 장도에 노루와 코끼리 이미지가 더해지면 보다 경쟁력 있는 관광지가 될 전망이다.

◆남도 최고의 미식거리 ‘꼬막’

겨울철 보성으로 떠나는 여행은 ‘꼬막’이라는 별미거리가 있어 더 기대된다. 맛이 뭐가 그리 유별날까 싶지만 꼬막은 짭짤 쫄깃한 게 감칠맛이 있어 한 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하는 중독성도 있다.

꼬막은 우리 조상들도 즐겼다. 조선시대 어류학서 ‘우해이어보’에서는 꼬막을 골의 모양이 기왓골을 닮았다고 해서 ‘와농자’라 불렀고,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고 적었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전라도의 특산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꼬막은 산란 후 살이 통통하게 차오르는 겨울철에 가장 맛있다.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가 제철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벌교 여자만 일대 뻘밭에서 자생하는 참꼬막은 여느 지방 것에 비해 맛과 질을 최고로 친다.

꼬막은 흔히 참꼬막, 새꼬막, 피조개 등으로 나뉜다. 참꼬막은 껍데기의 골이 깊고 털이 없으며 육질 또한 쫄깃하다. 반면 새꼬막은 껍데기 골이 가늘고 잔털이 나있다. 벌교에서는 여자만 장도 일대 등 갯벌 750ha에서 연간 3천여 톤 이상의 참꼬막이 채취된다. 전국 참꼬막 생산량의 60%에 이르는 수량이다.

◆풍부한 자연·생태 관광자원

▲가는바구(바위골)=가는바위골 순환로는 가는바위골 부근에 5만㎡ 정도의 폐경작지가 위치해 있고, 해변을 따라 기암괴석의 해식애로 돼 있으며 다도해 조망권이 매우 뛰어나 자전거 드라이브 코스로 최적지이다.

▲목섬난대림=조선시대 일본에서 선물로 받은 코끼리를 방목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는 섬으로, 현재 무인도이며 울창한 난대성 수목과 소나무 등 산림으로 덮여 있다. 섬 전체가 송림과 동백 등 난대성 수목으로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풍광이 훌륭하다.

▲점토갯벌=전국에서 거의 유일무이하게 점토 뻘 퇴적물로 이뤄진 갯벌이며, 동일한 크기의 입자와 분급이 양호하고 뻘층이 20여m까지 내려갈 정도로 깊고 두터운 것이 특징이다.

▲솔섬 해상낚시터=섬의 정상부에는 300㎡ 정도의 평탄한 평지가 있고 해안선 둘레로 암석해안을 형성, 천혜의 갯바위 낚시터가 형성돼 있다. 가을에는 숭어가 봄에는 돔이 많이 잡힌다.

◆지역 스토리텔링·관광 인프라 구축

장도는 관광자원은 풍부하나 관련시설 및 부족한 숙박업소 등으로 섬을 찾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보성군은 우리나라 최초 동물재판에 의해 코끼리가 귀양간 섬 장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의 관광컨셉 접목과 동백숲 조성 등으로 관광 인프라 구축과 동시에 섬의 자연경관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코끼리와 동백을 주제로 한 공원조성, 동백가로수길 및 해당화길 조성, 휴양공간 및 문화의 장 조성, 숙박시설 정비, 먹거리(음식점) 장소 마련, 체험프로그램 운영 및 레저시설 설치, 목장터 등 코끼리 유배지에 관련된 스토리텔링 접목으로 관광화 소재 발굴 등을 계획하고 있다.

◆가는길

승용차=호남고속도로 동광주 IC~29번국도 화순~능주를 지나 40분쯤 달리면 보성.

기차= 용산역~보성역까지 무궁화호 하루 한차례 운행.

묵을 곳=제암산 휴양림 편백나무 숲 펜션이 인기.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전남 보성군 벌교읍 장암포구에서 하루에 두번씩 운항하는 도선을 타고 남동쪽으로 30여분 물살을 가르고 가면 장도가 나온다.하늘에서 바라본 장도./전남도 제공
배위에서 바라본 장도
장도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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