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규 광주기상청장의 날씨와 생활>

단풍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을이다’ 라는 감상에 빠지는 요즘이다.

논들은 어느새 금빛 물결을 이루며 1년의 결실을 준비하고 있고, 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 새벽에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귀를 가득 채운다.

일엽지추(一葉知秋),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에 가을이 영글고 있음을 느끼면서 붉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 위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을산의 화려한 유혹에 빠져든다.

단풍은 산 정상에서 시작해서 계곡으로 내려오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온다.

해마다 단풍이 드는 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8, 9월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상조건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늦어지기도 한다.

특히 단풍의 시작 시기는 9월 상순 이후 기온이 높고 낮음에 따라 좌우되며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빨라진다.

단풍의 빛깔은 동일 수종이라도 다르게 나타나는데, 어떤 기상 조건에서 더 고운 빛깔로 물드는 걸까? 단풍이 곱게 물들기 위해서는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을수록 좋다. 일교차가 큰 서늘한 날씨는 엽록소를 빨리 분해시키고, 밝은 햇살과 건조한 날씨는 수액에 당분 농도를 증가시켜서, 안토시안의 생성 양을 늘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잘 들게하는 환경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지보다 일교차가 큰 산악지방, 강수량이 적은 지방, 일조량이 많은 양지쪽에 밝고 고운 단풍이 드는 것이다.

이에 예년보다 많은 여름철 강수량이나 9월 중순까지 지속된 늦더위보다 오히려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가을 날씨의 지속 여부가 그 해 단풍의 아름다움을 좌우하기도 한다.

올해 우리지역의 여름철 강수량은 예년보다 적었고, 9월에는 일교차가 크고 예년보다 낮은 기온과 적은 강수량에 곱게 물든 단풍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설악산과 오대산은 이미 절정에 이르렀고 소백산, 계룡산, 지리산까지 붉게 물든 단풍이 내려왔다.

지난 19일 무등산을 시작으로 우리지역의 여러 산들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기상청에서는 단풍의 시작을 산 전체로 보아 정상에서부터 20% 가량 단풍이 들었을 때를 말하고, 단풍 절정은 산 전체로 보아 약 80%가 물들었을 때를 말한다.

11월 초부터는 우리지역의 여러 산에서 단풍 절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삶이 바빠 여유가 없어 아직 가을산의 유혹에 빠지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화려한 소풍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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