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6·황금비>-3

독사는 순영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세상을 달관한 사람처럼 미소를 지으며 가슴 속에 품고 온 서슬 퍼런 회칼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미찌코 사실 당신 얼굴에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봤어. 그래서 난 미찌코가 더없이 좋았어. 그동안 고마웠어!”

순영이 그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복수와 연민의 두 갈래 마음속 번민을 거듭하고 있을 무렵, 독사의 휴대전화가 울리더니 이내 순영의 마음을 헤집어 놓은 번뇌(煩惱)를 박살내고 있었다.

“최치우가 어디 있다고? 어디?”

“양평 별장이라고 합니다. 형님!”

“알겠다. 그래 동생들 잘 부탁한다. 도치야!”

전화를 끊자마자 독사는 탁자에 놓인 무시무시한 회칼을 가슴에 품더니 순영을 향해 짧은 묵례를 건네며 밖으로 홀연히 나가버렸다. 독사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무엇을 하려고 가는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덩그렇게 혼자 남은 순영은 앞에 놓인 양주병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악마를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악마가 돼버린 자신의 모습이 양주병에 투영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에 자리한 악마가 정신세계를 뒤흔들며 혼돈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었다. 하지만 순영의 마음속에서 자라 통제할 수 없는 악마의 소행을 순영, 자신이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최치우의 목숨을 거둬들이는 것은 순영이 해야 할 일생일대의 목표라, 독사라 해도 함부로 최치우의 목숨을 대신 거둬들이는 행동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순영이 한참을 생각에 잠기다 누군가에게 휴대 전화를 걸었다.

“치우씨. 나야 미찌코.”“미찌코 너무 보고 싶었어! 지금 어디야? 독사 놈과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지?”“치우씨. 전 영원히 당신의 여자예요. 그리고 빨리 피하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 빨리 피하라니?”“지금 독사가 당신을 죽이려고 별장으로 향하고 있어요!”“그런 일이라면 걱정일랑 하지 마! 내가 다 준비하고 있으니까! 미찌코 고마워 사실 난 미찌코를 의심하고 있었어. 하지만 미찌코의 전화로 내가 괜한 오해를 한 것 같아. 내 사랑은 당신 하나 뿐인 거 알지?”

“저도 그래요. 치우씨. 몸조심 하세요.”“오늘 밤 내가 문자 보내면 양평으로 와!”

“네 알겠어요. 치우씨.”

전화를 끊고 순영은 화장실 벽에 걸린 거울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야차(夜叉)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그녀의 얼굴은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거울 속에 존재한 또 다른 악마가 자신의 영혼을 유린하고 있었다. 사실 순영은 이런 일이 있을 줄 예견이라도 하듯 며칠 전 치우의 양평 별장에다 초소형 카메라를 비밀 장소에 숨겨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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