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6·황금비>-6

순영은 순간 독사가 죽기 전 사생결단의 의지로 달려들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치우는 거실 소파에 앉아 양주병을 집어 들며 거실로 들어온 순영의 표정을 응시하다 무표정하게 움켜진 양주병으로 나발을 불더니 순영을 향해 소리쳤다.

“역시 미찌코야! 암 그래야지! 미래 영부인이 이만한 일로 주눅이 들면 쓰나!”“치우씨. 하지만 이건 너무 하신 거 같아요. 독사란 사람은 늘 당신을 위해 나쁜 일도 마다치 않고 다 처리했잖아요.”“그래 그건 인정하지. 하지만 간덩이가 부어 이젠 주인을 물려고 발악하는 놈을 내가 가만둘 것 같아?”“난 단지 치우씨 걱정에….”

순영은 치우의 살기어린 눈빛에 더 이상 대꾸할 수 없었다. 소파에 기대있던 치우는 한참동안이나 죽은 독사를 응시하다 일어나더니 옆에 놓인 일본도를 빼 허공을 가로지르며 죽은 독사의 목 언저리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내려쳤다. 순간 독사의 머리는 사체와 분리돼 거실 바닥에 나뒹굴고 머리가 떨어져 나간 목덜미에는 핏줄기가 용솟음쳐 순간 거실은 독사의 핏물로 가득 차 아비규환의 지옥이 따로 없어 보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순영은 자신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해대며 더는 비참한 광경을 볼 수 없었는지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독사의 참혹한 참살 현장을 목격한 순영은 자신도 배신하면 독사의 모습, 그 이상의 보복을 하리라는 치우의 묵시적 경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영이 구토를 하는 동안, 치우가 정신을 차렸는지 순영을 불렀다.

“미찌코. 이리 나와봐!”

순영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화장실을 나와 평상심을 유지하며 치우 앞으로 다가왔다.

“그나저나 치우씨! 이젠 정리를 하셔야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초인종이 울리더니 검은색 정장 차림의 선글라스를 낀 장정 서너 명이 들어오더니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치우를 향해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

“어르신 준비는 다 해놓았습니다. 현장을 정리하겠습니다.”“자네 인사하지! 앞으로 서로 친해져야 하잖아? 이쪽은 내 마누라 같은 사람이야! 미찌코 인사하지. 이 친군 00정보부 소속으로 국내 파트를 담당하는 김 차장이야! 내 수족 같은 사람이지. 안 그런가? 김 차장?”

“사모님. 안녕하세요. 김수창이라 합니다. 총장님 아니 어르신께선 이 나라를 이끌어 가실 분인데 제가 잘 보필해야지요.”

“미찌코입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만나야 하는데….”

“허 허 이 사람. 그런 소린 안 어울려! 김 차장 그럼 수고해! 미찌코 우리 지하로 내려가지!”

“네 어르신, 아니 각하!”순영은 실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 밀실로 들어가는 순간 순영은 거실 두 곳에 숨겨둔 초소형 카메라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무사함을 확인 후 치우의 손에 이끌려 지하실로 내려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언제나 그랬듯 치우와의 잔인한 의식을 치르고 녹초가 돼 거실로 나왔을 때 지옥은 사라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곳처럼 거실은 깨끗이 정리돼 있었고 아침을 알리는 여명이 유리창 너머로 간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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