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양일규 광주기상청장의 날씨와 생활>

입동(立冬)
 

최근 지역에서는 낙엽이 쌓이고 찬바람이 분다. 세상은 아직 가을인데 겨울이 호시탐탐 고개를 들이민다.

지난 8일은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의 입동(立冬)이었다. 입동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번째 절기로 상강(霜降)과 소설(小雪) 사이에 든다.

이 때 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고 바쁜 일손을 털고 한숨 돌리는 시기이다.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

입동을 겨울로 들어서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겨울채비를 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겨울 준비로 김장이 있는데,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하나, 요즘에 와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김장철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여러 지역의 향약(鄕約)에 따르면, 계절별로 마을에서 자발적인 양로 잔치를 벌였는데, 치계미는 입동(立冬), 동지(冬至), 제석(除夕)날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풍속이었다. 본래 치계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때에는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년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출연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다고 한다.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다. 도랑탕 잔치는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풍속이었다.

또한 “입동날이 따뜻하면 그 해 겨울이 따뜻하다” 라는 속담이 있는데, 입동의 우리지역 기후는 어떠할까?

2005년~2014년까지 최근 10년간 광주지역 입동의 일 평균기온은 13.2도, 일 평균최고기온은 18.7도, 일 평균최저기온은 9.0도로 상강 때 보다 약 2도 가량 낮게 나타났다. 또한 입동부터 소설까지 평균기온은 9.5도, 최고 평균기온은 14.6도, 최저 평균기온은 5.2도로 상강에서 입동 때 보다 약 5도 가량 낮게 나타났다.

기온이 낮아지는 것 만큼 하루해가 짧아지는 시기이다. 빨강, 노랑 등 고운 색으로 어우러진 단풍이 가을바람과 함께 떨어져 후대의 자양분이 되는 것처럼 아름답고 멋진 생을 마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인생도 미래 세대들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가을을 보내면서 겨울을 맞이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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