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7·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리고 죽음>-1

정동길을 지나 춘삼은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있었다. 시월의 노란 은행잎이 낙엽비 되어 내리고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삼삼오오 팔짱을 낀 채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아내인 현정과 정우가 한국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겉으로는 아들 정우의 유학길 동행이었지만 춘삼과 결혼 전 낳은 아들, 스티브에 대한 그리움으로 늘 마음 한구석 멍에로 남아 그녀만의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춘삼이 아니였기에 정우의 유학길에 동행할 것을 권유해 떠났다.

혼자 걷는 길에 갑자기 아내 현정이 그리워졌다. 늘 잘해주지 못해 가슴 아프게 했던 지난 일들이 생각나 마음 한곳엔 미안함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곁에 있을 땐 소중함을 모르다 현정이 떠나자 아내의 빈자리가 컸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동길을 걷다 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아내의 빈자리가 가을 낙엽처럼 공허함으로 자리해 그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종로에 이르렀을 때 어느덧 머리 위로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빗줄기는 이내 굵어져 장대비로 변해 춘삼의 얼굴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다. 한 발짝 뒤에서 춘삼을 따라오던 김 비서가 어디서 구했는지 우산을 잽싸게 펴 그를 감싸 안았다.

“김 비서 그럴 필요 없어! 다 왔어!”

“그래두요. 사장님 제가 해 드릴게 이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저 또한 사장님이 건강하셔야 저도 보람되고요.”

“그런가? 허허 이 사람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은 김 비서밖에 없어.”

“아닙니다. 사장님 응당 해야할 제 임무입니다.”

양복 상의 한쪽 어깨가 비에 흠뻑 젖은 김 비서는 주군인 춘삼이 비에 젖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주군이었기에 건강이 염려스러운지 늘 곁에서 보필하며 심경까지 헤아릴 줄 아는 비서였다.

“허 허 고마워 김 비서! 김 비서가 내 곁에 있어 고마워.”춘삼이 김 비서와 덕담을 나누며 걷다 보니 도착한 곳은 허름한 종로 뒷골목에 자리한 선술집이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인생의 스승인 이준상과 자주 술잔을 기울였던, 허름하기 이를 데 없는 낡고 오래된 선술집이었다. 이윽고 미닫이문이 열리자 그곳엔 낯익은 얼굴들이 먼저 자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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