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7·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리고 죽음>-2

철제 테이블 위로 갓을 두른 백열등이 동그란 선술집 테이블을 비추고 비좁은 테이블과 백열등의 궁합은 주당들이 술을 부르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술집이었다. 춘삼을 발견한 순영이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어 춘삼을 맞이했다.

“오빠 오빠가 소집해 놓고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떡해요.”춘삼은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며 “내가 늦었나? 생각할 게 많아서 좀 걷다 보니 미안해 순영아!”

순영에게 인사를 건네며 옆에 있던 이준상에게 깍듯이 머리 숙여 묵례를 올렸다.

“허허 이 사람 보게 같이 늙어가는 처진데 이런 예의는 너무 지나쳐! 이 사람아!”

“그런 가요? 너무 오랜만에 보는 형의 모습이라 왠지 이렇게 해야할 것만 같아서요!”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희수가 장난기 어린 말투로 거들먹거렸다. “원래 준상형! 이 친구가 그런 친구가 아닌데 이제야 철이 드나 봅니다. 형님께서 이해하세요! 흐훗”

“희수 너까지 날 구박하는구나.”

간만에 의기투합해 만난 자리라 다들 허리띠를 풀어헤치고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어나갔다. 최치우의 농간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초야(草野)에 묻혀 몇 년을 살아온 준상은 삶의 해박한 지식을 밑천 삼아 그간 살아 온 이야기며 민초의 입장에서 지켜봤던 정치판의 형태를 논리적인 식견과 차분한 어투로 이야기하며 마치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춘삼 일행의 마음을 훔쳐 나갔다. 막걸리 담은 낡은 주전자가 양철 테이블에 들락날락하기를 수차례, 준상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흥미진진함은 유리창 밖 거세게 내리치는 가을 장대비만큼이나 그칠 줄을 몰랐다. 낡아 빠진 벽시계가 12시를 알리자 희수가 술에 취했는지, 한쪽 벽에 기대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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