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7·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리고 죽음>-4

“그래 난 그래도 사람 농사는 잘 지은 것 같아. 동생들 같은 사람이 곁에 있어 든든하구먼!”

“형님 도와주실 거죠?”

준상은 앞에 놓인 술잔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뭔가 결심했는지 앞에 놓인 술잔을 단숨에 들이키며 이마를 어루만지더니 춘삼의 눈빛을 바라봤다.

“이 사람아. 앞으로 우리 앞에 많은 시련이 닥칠 걸세! 그걸 다 이겨내고 갈 마음의 준비가 된 건가?”

“네 형님 저도 이젠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승에 계신 이 회장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사실 이 계획안을 들고 정필아저씨게 쓰러지시기 전날 상의했습니다. 아저씨도 흔쾌히 기뻐하시며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셨습니다.”

“고 전무님께서? 그 어르신이라면 그리하고도 남지! 암 늘 내가 존경하는 분이었으니까!”

“네 제겐 아버님 같은 분이라 빨리 쾌차하셔야 하는데….”

“자넨 앞으로 어떡하구!”

“전 동생들 데리고 조그만 집 하나 마련해 고향 산청으로 내려갈까 합니다.”

“허허 이 사람 내게 이런 무거운 짐을 남기고…. 그나저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어떻게 알게 됐나!”

“제 머리론 한계가 있어 저기 졸고 있는 김 비서를 조금 이용했습니다. 김 비서가 서울대를 나온 수재거든요.”

춘삼은 반대편 좌석에 혼자 책을 읽고 있는 김 비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춘삼은 김 비서를 장시간 동남아로 출장보내 그라민 은행의 성공 요인을 분석, 국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김 비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쑥스러웠는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멋쩍은 웃음으로 이준상을 올려봤다.

“저희 사장님을 평소 제가 존경하거든요. 저의 자그마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을 뿐입니다. 선생님.”

“김 비서. 참 고생했구먼! 그려”

춘삼의 어깨에 기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 듣던 순영이 벌떡 일어나더니 희수를 깨우며 건배 제의를 했다.

“오늘 우린 여기 종로 선술집에서 막걸릿잔으로 도원결의(桃園結義)합니다. 신이시여! 이들 앞길에 어떤 장애물도 없게 도와주시고 늘 이들 곁에 함께 하소서. 그리고 저도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겠습니다. 미래를 위하여! 건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술집 주인으로 보이는 칠순의 욕쟁이 할머니도 평생 모은 재산 전부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그들의 아름다움 만남이 끝나고 춘삼과 순영 둘만 남아 있었다. 춘삼은 순영의 제의로 가리봉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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