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에서 희망 일구는 신문방송학과 출신 처녀농군

차밭에서 희망 일구는 신문방송학과 출신 처녀농군

농업청년창업사업 거쳐 체험프로그램 운영 허브티 브랜드 6종 개발

SNS와 블로그·홈페이지·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 유통 다양화 시도

대한민국차품평 발효차부문 최우수상 수상…“고객 취향 만족시켜야”

<29·전남 보성군 노동면 ‘다채’ 최수수 대표>
 

▲ 보성군 노동면‘다채’ 농원 최수수 대표가 자신이 직접 차를 만들어 내고 있다./다채 제공

“돈을 많이 버는 농부보다는 평생 직업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사는 농사꾼이 되고 싶습니다”

전남 보성군 노동면에서 ‘다채’ 농원 최수수(33·여) 대표 역시 정성을 다해 재배한 청정한 재료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차를 만든다. 더불어 체험농원을 운영하며 자연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차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당찬 처녀농사꾼이다.

최 대표는 지난 2007년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이렇게 전공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은 타고난 기질 때문이었다. 식물 기르기를 좋아하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성품 때문에 한국농수산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 다채에서 만든 차 제품들

언론사 취업시험에 몰두하는 동기들을 보며 새로운 시작에 두려움도 앞섰지만, 지금 몇 년의 투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간을 버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용기를 냈다.

그녀는 농수산대학을 다니며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벌었다. 희귀식물의 씨앗을 구해서 기르던 취미를 살려 희귀씨앗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 ‘쏘우시즈’를 창업해 경비를 충당했던 것이다.

쇼핑몰 운영은 그녀에게 값진 경험이 됐다. 단순히 돈만 번 것이 아니라 시도해보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것, 이를테면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또는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과 실수나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 등 살아가는 지혜를 깨닫게 됐다.

또 주저앉거나 포기하거나 낙심하는 대신 하나씩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 나가는 동안 사업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이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과 동시에 차 가공·판매·체험을 전문으로 하는 농업경영체 ‘다채’라는 브랜드를 창업했다.
 

▲ 다채 농장 전경

최 대표는 창업 후 다원을 관리하고 차를 만들고 선별하고 포장하는 작업까지 모두 직접 진행했다. 이 모든 공정 가운데 최 대표가 특별히 관심을 둔 분야는 차를 만드는 제다공정이었다.

제다일지를 써가며 끊임없이 만들어 보기를 반복했고, 반복이 거듭될수록 ‘이렇게 하면 이런 맛의 차가 되겠구나’하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만들어진 차를 맛보았을 때 예상했던 맛이 나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이런 와중에도 최 대표는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차문화경영학과,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원을 찾아다니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익혔다.

최 대표는 열심히 노력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녹차시장은 녹록하지 않았다. 녹차산업은 시장 개방과 농약파동 등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또 기존 농장의 차제품은 5만~8만원대로 가격대가 높이 형성돼 소비자들은 구매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기존 전통차 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들기 보다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20~30대 소비자들에게 타깃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젊은 소비자층의 요구에 맞춰 합리적이고 다양한 가격대를 개발하는 한편 편리성을 고려한 상품구성과 신선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 제품과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다.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철저히 계획한 일도 생각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이끌어 주는 사람 없이 생산, 경영, 유통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소화해야 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최 대표는 이런 난제들을 슬기롭고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다.
 

▲ 다채농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지난 2012년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추진한 농업청년창업 지원사업은 열정적인 처녀농군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최 대표는 지원사업을 통해 목련꽃 봉오리차, 쑥차, 감잎차, 찔레꽃차, 구절초꽃차, 산국화차 등 1만5천원~2만5천원대의 체험프로그램 운영 허브티 브랜드 상품 6종을 개발했다.

특히 홍차에 유자를 블렌딩한 유자홍차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와 상품의 문화적 가치를 각인시켜 고정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SNS와 블로그, 홈페이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유통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은 매출 증대로 이어져 2012년 차 단일품목으로 매출액 3천만원을 달성했으며 대한민국 차품평대회 발효차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 대표는 “전국 최초로 가든 티파티와 캠핑을 접목시킨 다원 캠핑장을 열어 고객과 소통하며 차문화를 알리고 차 마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땅에서 난 재료들로 더 다양한 플레이버리티를 만들어 볼 예정으로 다양한 가격대와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많이 버는 농부보다는 평생 직업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사는 농사꾼이 되고 싶다”는 작지만 당찬 소망도 밝혔다.

주소=전남도 보성군 노동면 대련리 455-2

연락처=061-852-0536, 010-8609-0536

홈페이지=http://www.dache.co.kr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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