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7·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리고 죽음>-7

11월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준상과 선술집 만남 후 복지재단 설립을 서둘렀고 준상 또한 서울로 상경해 현삼건설 본사 빌딩 12층, 춘삼이 준비한 사무실에 둥지를 틀고 재단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가을비를 바라보는 춘삼의 눈가엔 어느새 중년의 기품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째 순영에게 소식이 없었다.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고 그가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룸살롱에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일주일 전 그녀는 소포를 통해 복지 재단에 그녀의 전 재산을 기부한다는 서류를 보낸 게 전부였다. 문득 젊은 날 그녀가 말없이 사라졌을 때가 기억 속에 그려졌다. 불길한 예감을 달래려 서랍 속 깊은 곳에 숨겨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열린 유리창 밖, 내리는 빗줄기와 그 사이를 흐르는 담배 연기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였다. 인터폰이 울렸다.

“사장님. 정순임씨라고 합니다. 급하시다고….”

“빨리 연결해요!”이윽고 전화가 연결되자 흐느끼는 소리와 침묵만이 흘러나왔다. 문득 수화기를 든 춘삼은 불길함이 엄습해 왔다.

“누나. 춘삼입니다. 말씀하세요.”

수화기를 들고 있는 춘삼은 순임의 흐느낌 소리에 애간장이 타들어 갈 무렵, 한참을 흐느끼다 순임 언니는 울먹이는 소리로

“춘삼아! 양평경찰서로 가봐 나도 지금 거기로 가고 있어!”

“무슨 일입니까? 누나! 말씀하세요!”

“순영이가 순영이가…. 죽었다는구나!”전화를 끊고 혼절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춘삼은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져 끝없이 나락으로 빠져드는 마음을 추스르고 양평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 내리는 경춘가도, 춘삼이 타고 있는 승용차엔 침묵만이 흐르다 어느새 그의 얼굴엔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소리 내 울분을 토했고 그 공간엔 삼라만상(森羅萬象)과 시공(時空)이 멈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슬픔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하늘에선 장대비가 춘삼이 가는 길을 더욱더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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